[특별기고]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오해

2015-12-09 08:41

[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지난 3일 2016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예산안에서 3062억 원이 삭감된 386조 3997억 원으로 확정되었는데, 삭감된 3062억 원은 원안의 그 0.08% 가량에 해당되어, 예산 전체를 놓고 보면 대동소이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부분적으로는 다소 큰 폭의 증감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원안에서 20% 삭감되어 80억 원으로 확정된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의 예산을 들 수 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예산은 반민주적·국수주의적·이념편향적·갈등조장적 예산으로 규정되어 삭감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정녕 나라사랑 교육은 대한민국에 필요 없는, 오히려 국가에 누가 되는 것일까?

논의에 앞서 나라사랑 교육의 대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보훈처에서 20억 가량의 예산으로 집행한 나라사랑 교육의 내용은 나라사랑 연구학교 운영, 연수 위탁교육, 청소년 보훈 캠프,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현충시설 탐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이러한 면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나라사랑 교육은 국가수호 역사를 알리고, 그 과정에서 발현된 호국의 가치를 가르치며, 이로써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하여,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정신적 근간을 마련하는 교육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나라사랑 교육은 피교육자에게 애국의 의무를 주입·강요하는 반민주적 교육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민주주의란 ‘주권재민의 상태에서 그 주체와 객체가 모두 국민인 정치 또는 그러한 정치 이론’을 가리킨다. 우리의 역사는 민중 스스로의 의지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 등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라사랑 교육은 호국수호로 승화된 자발적 희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따라서 반민주적이란 단어는 나라사랑 교육의 성격을 규정하는 단어로 적절치 않다.

한편 나라사랑교육은 국수주의의 소산이라 비판받기도 했다. 국수주의는 ‘제 나라의 국민적 특수성만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믿고 유지·보존하며 남의 나라 것을 배척하는 사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구 우월주의에 따른 자문화 경시 풍조의 팽배를 사회 문제로 거론될 수는 있을지언정 지나친 애국에 의한 폐해의 우려는 대체로 비약이자 기우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우리가 가르치려는 나라사랑은 우리가 일궈온 국가수호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지 타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 나라사랑 교육은 이념 편향적인 것이라 공격받기도 했다. 즉 보수 이념에 경도되어 진보적 가치를 무시·배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사랑 교육의 주요 목적은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 통합이다. 호국보훈의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이념 통합과 분단 극복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일구어 내려는 것이 나라사랑 교육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테두리 내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알력도 결국은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나라사랑 교육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만연한 이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매개체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마지막으로 나라사랑 교육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나라사랑 교육이 대한민국 사회 각계각층에 대한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재차 언급하지만 나라사랑 교육의 주요 목적은 국론의 통합이다. 전체 응답자의 84.4%가 나라사랑 교육의 필요성에 동의한 여론조사(‘15.10.29, 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社) 결과는 나라사랑 교육의 통합적 성격을 대다수의 국민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론을 무시한 채, 나라사랑 교육을 반민주적·국수주의적·이념편향적 교육이라 몰아가는 행태에서 오히려 사회 갈등이 유발되는 측면이 큰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나라사랑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때로는 그에 대한 오해로 인해 도리어 무시되고 그 평가절하 되어 왔다.

대한민국헌법 서문에 명시된 3·1운동과 4·19(혁명)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역사는 호국정신의 형태로 발현된 나라사랑 정신으로 이루어졌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 그리고 분단극복과 국가발전이라는 이상적 미래상 또한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듯 중요한 나라사랑 정신을 국민에게 가르치는 일이 반민주적·국수주의적·이념편향적·갈등조장적인 것으로 몰린 사실은 그 가치에 대한 부당한 폄하이자 나라사랑 교육의 실제에 대한 오해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기실 나라사랑 교육에 계상된 2016년 예산 80억 원(386조 3997억 원의 0.002%)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과도한 평가절하이자 그 실체에 대한 오해이다.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인 나라사랑 교육을 0.002%라는 수치로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