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울어진 아파트’와 ‘롯폰기 힐즈’

2015-12-06 13:44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지난달 중순 출장 차 찾은 일본. 현지인들에게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물을 때마다 요코하마 츠즈키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얘기가 빠지지 않고 그들 입에 올랐다.

일본 종합부동산회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미쓰이부동산 그룹이 2006년 시공해 분양한 아파트. 지상 최대 12층, 700여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 4개 동 중 하나가 지난해부터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동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가 어긋나고, 문과 바닥에 틈이 벌어지자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은 시공 당시 2차 하청회사가 지반에 말뚝(기둥)을 박으면서 해당 지반이 아닌 전혀 다른 아파트의 지반 데이터를 유용, 허위 데이터를 토대로 시공한 데 있었다. 결국 4개 동 총 52개 기둥 가운데 8개가 단단한 지지층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길이가 부족해 아파트가 기운 것으로 드러났다.

미쓰이부동산은 즉각 이에 대해 사과하고 건물보수 및 수리에 드는 비용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책임을 놓고 하청업체와의 잡음이 커지는 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반대로 현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야마모토 모리빌딩 도시기획 사장은 사업 성공의 가장 큰 요소로 신뢰를 꼽았다. 도쿄의 가장 큰 명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롯폰기 힐즈(Roppongi Hills)’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도 신뢰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2000년 롯폰기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기 전까지 무려 약 1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원주민을 설득하고 소통하며 동의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도 부실시공이나 직원비리 등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입주 후 8년 만에 기울어진 아파트와 12년째 여전히 우뚝 솟아 있는 롯폰기 힐즈. 아파트와 함께 기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쓰이부동산이 1941년 설립된 이후 쌓아온 소비자와의 신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