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 한국서 "차 없어서 못 판다"

2015-12-03 14:00
국내 소비자 불만 파격적인 할부 행사로 잠재워 판매량 급증

서울시내의 한 폭스바겐 전시장 매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논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는 폭스바겐이 국내에선 오히려 판매가 급증했다.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파격적인 할부 행사로 잠재운 결과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11월에 3000여대의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한 것으로 추산됐다. 일부 딜러점에서는 지난달 3500~3600여대까지 팔렸다고 매장 고객에게 선전까지 할 정도다. 

지난 10월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은 947대에 그쳐 9월(2091대)보다 67.4%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1759대)보다도 46.2% 줄어든 수치다. 시장 점유율도 급감했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시작된 9월에는 10.7%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논란이 증폭된 10월에는 5.44%로 줄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공격적인 할인공세로 판매량이 3~4배 늘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무이자' 승부수를 띄웠다. 모든 판매 차량을 대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했다. 현금 구매 시 최대 1772만원까지 할인했다. 티구안, 골프 등을 포함한 17개 주요 모델에 대해서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제타, 투아렉, 페이톤은 선납금이 없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줬다.

지난달 프로모션 계획을 밝히자 폭스바겐 자동차를 저렴하게 살수 있다는 기대감에 고객문의도 쇄도했다.사태 초반에 리콜 문의가 빗발쳤다면 지난 달은 차량 구매 문의 건수가 급증했다.

용산구에 있는 폭스바겐 전시장 한 딜러는 "사태 이후 차량구매 문의 1~2건 수준에서 11월 프로모션이 알려지자 하루 기본 15통 이상으로 구매문의가 이어졌다”며 "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판매량 급증에는 파격적인 할인이 큰 몫을 차지했다. 현대차 그랜저를 살 고객이 할부, 할인 등을 받으면 폭스바겐 차량을 살 수 있었다. 국산 중형차 살 돈으로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폭스바겐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폭스바겐은 월평균 3000대 가량 팔고 있어 평년 수준을 회복한 것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월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11월에 많이 팔린 게 사실이며 평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연비 문제가 차 성능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고객이 알게 됐고 판촉 행사도 잘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차량 판매가 급증하면서 그 동안 ‘한국만 차별한다’고 지적해 온 국내 소비자들이 무색해졌다. 폭스바겐 그룹은 미국 등 북미 고객에게만 1000달러(116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주고 국내 고객에게는 보상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국내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배출 가스 조작과 관련해 집단 소송을 한 국내 고객에게도 북미 피해자들과 똑같이 1000달러 상당의 패키지를 제공하라고 폭스바겐 그룹 법무법인에 공식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국 내 배출 가스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 차량은 폭스바겐 9만5581대, 아우디 2만9941대 등 2개 브랜드 28개 차종 12만5522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