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에 과세 특혜…국회 법 통과땐 위헌 소송"

2015-12-03 08:00
납세자연맹, "전대미문의 특혜입법, 조세공평주의 어긋나" 반발
종교인 과세 법 따르면 근로소득자는 종교인보다 5.8배 많이 납부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정부가 종교인들의 소득을 소득세법상 ‘종교소득’으로 명시해 과세 의지를 밝혔지만,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할지 기타소득으로 할지 종교인이 선택하도록 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일 관계 부처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에서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명시했다. 종교인이 사용한 학자금·식비·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에 관계없이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던 것도 소득구간에 따라 4000만원 이하는 80%,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는 60%, 80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만 인정하도록 차등화했다.

◆ "종교인 과세 특혜 개정안…법 통과땐 위헌 소송"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종교인에게만 특혜를 줘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난다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종교인들의 소득을 소득세법상 ‘종교소득’으로 명시해 과세 의지를 밝혔지만,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할지 기타소득으로 할지 종교인이 선택하도록 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사진=SBS 화면 캡처]


납세자연맹은 종교인 과세 법안에 대해 "합리적 이유없이 종교인소득에 대해 일반근로소득자보다 특별한 이익을 주는 것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따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에 위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납세자연맹이 법안을 토대로 예상 세금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8000만원인 종교인이 125만원의 종교소득세를 낼 때 같은 소득의 근로소득자는 이보다 5.8배가 많은 717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한 개정 세법을 보면 종교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 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소득종류 선택이 불가능한 일반국민들과 명백한 차별인 셈이다. 이는 과세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것으로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 "종교인에 전대미문 특혜 입법…조세공평주의 어긋나"

이밖에 종교인들은 원천징수 의무도 선택할 수 있으며 세무조사도 개인 소득에 한해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원천징수 의무가 강제적으로 주어지고 세무조사도 범위에 제한 없이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납세자연맹은 "일반국민과 달리 종교인들만 세금 납부 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특혜입법"이라며 "이는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헌법재판소는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납세의무자에게 특별한 이익 또는 불리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조세공평주의의 주된 근거로 납세의무자 상호 간 조세의 전가(轉嫁)관계'를 들고 있다"면서 "이는 특정인(계층)에 정당한 이유 없이 면세·감세 등의 조세우대조치를 하는 것은 다른 납세자에게 그만큼 과중 과세를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종교인 소득 입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에 정면으로 맞서 봉건시대처럼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번 입법은 위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세소위원회 회의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개최,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으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과세 시기는 내년이 아니라 2년 뒤인 2018년 1월1일로 유예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킬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