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초등학교들 1, 2학년 대상 불법 영어교육”

2015-11-30 09:10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서울 사립초등학교들이 1, 2학년을 대상으로 불법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30일 서울 39개 사립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9부터 10월까지 학교알리미와 홈페이지 자료를 분석하고 이달 중 무작위 20개교의 학교설명회에서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한 결과 법률로 금지된 1~2학년 대상 정규 영어수업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명회에서 1~2학년 영어수업시수를 공개한 20개 학교 중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고 주당 평균 영어 수업시수는 6.5차시(매일 평균 1시간), 많게는 주당 15시간(매일 3시간)의 영어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들은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의무 영어 방과후수업’으로 만들어 사실상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사립초의 과도한 영어교육에 대응해 사립초 영어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계획을 세워 장학지도를 실시했다.

지난해 9월 선행교육 규제법이 발효되면서 국가교육과정을 선행하는 영어교육이 금지되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은 시행령 제 17조에 의해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지만 교육부에서 발행한 ‘2015 방과후학교 운영 길라잡이’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강제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1~2학년 전체 대상 영어 관련 교내 대회 등을 운영하거나 영어몰입교육, 어학원 프로그램 사용, 초등 3~6학년 대상 별도 선행 영어 과정 운영, 신입생 전체에 배우지 않은 영어 레벨 테스트 시행 등을 확인했다.

초등 1~2학년 대상 불법적 정규 영어수업은 1~6학년 연계 영어교육과정 공식 체계를 갖고 있고 영어 방과후 수업을 1~2학년 전체 참여 필수 항목으로 안내하면서 1~2학년 대상 영어교과 성적표 발행하는 한편 교육비 항목 중 영어 방과후수업 비용을 학교 공식 수업료에 포함시켜 징수하는 가운데 영어 방과후수업 종료 이후에 하교 셔틀 운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우촌초는 1~2학년은 돋움기, 3~4학년은 심화기, 5~6학년은 발현기라고 해 초등 1, 2학년도 공식 영어교육과정 대상 학년임을 밝히고 있고 매원초는 홈페이지를 통해 1~2학년은 입력단계, 3~4학년은 표현단계, 5~6학년은 사용단계로 구성된 BIPS라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동초는 브로셔를 통해 ‘방과후학교 교육활동으로 주당 4~5시간씩’ 운영되는 영어교육은 ‘필수’라고 기재하고 은혜초도 브로셔에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수준별 영어교육은 ‘전체가 참여하는 방과후학교’라고 안내하고 있다.

동광초는 2015학년도 신입생들에게 배포한 학교생활 안내책자에서 방과후학교 중 학교특색교육활동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영어반’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청원초는 학부모 설명회에서 교육비 안내 중 방과후 영어수업료는 필수 납부항목으로 표기해 안내했고, 매원초는 설명회에서 입학금, 수업료, 외국어교육비, 급식비가 신입생 필수 납부 항목이라고 안내했다.

일부 사립초는 방과후학교가 자율적 참여를 보장해야 하는 점을 의식해 ‘무료 방과후학교’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실제는 수업료를 걷고 있었다.

태강삼육초는 신입생 전체가 참여하는 영어와 중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이를 월교육비에 포함시켜 받으면서 이를 무료 방과후 교실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동산초는 학교 브로셔에서 1~2학년은 오후 2시 30분 방과후학교를 마치고 1차 스쿨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고 홍대부속초는 설명회에서 공개한 일과표에 방과후학교를 한 시간 하고 난 오후 3시 10분 통학버스가 운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단체는 사립초의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수업은 이름만 방과후수업으로 실제로는 1~2학년 전체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정규영어수업이었다고 지적했다.

초등 1~2학년의 경우, 교육과정 자체에 영어교과가 편성돼 있지 않아 영어와 관련된 교내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위법사항에 해당하는데도 39개 중 20곳이 정규수업시간을 활용한 영어공개수업을 진행하거나 영어말하기대회, 영작문대회, 영어인증제 등 각종 영어 관련 교내대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별도 지침을 통해 몰입교육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많은 사립초등학교는 몰입교육을 시행하고 외국 교과서를 수업교재로 사용해 선행교육 규제법과 초중등교육법을 동시에 위반하는 사례도 있었다.

우촌초는 몰입교육을 통해 현행 중학교 및 고등학교 화학1에서 다루어질 내용인 주기율표나 분자구조 등을 가르치면서 선행 교육 규제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정규수업에서는 국정이나 검․인정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해야 하는데도 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사립초 중에서는 설명회 때 1~6학년에 걸쳐 사용하는 외국 교재를 전시해 외국 교과서의 커리큘럼을 따르는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미닫이를 사용해 하나의 교실을 둘로 나눠 같은 수업시간에 한쪽에서 담임교사가 절반의 학생을 데리고 우리말로 수업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원어민교사가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을 데리고 영어로 수학, 과학, 사회 같은 교과수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정규일과 중 원어민교사가 영어 이외의 교과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는 모습을 설명회에 참석한 예비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해당 학교의 특화된 교육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사교육업체의 교재 및 프로그램을 들여와 학교의 공식 영어교육과정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동산초는 정상어학원의 프로그램 및 교재를 들여와 학교의 영어교육과정으로 채택하고 이를 학교 홈페이지와 설명회 브로셔에 알리고 있다.

사교육업체의 커리큘럼이 학교교육과정을 대체한 것이다.

이들 학교들은 정규수업에서 처음 영어 교과가 등장하는 3학년에 이미 1~2학년 방과후수업의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홍보하기도 했다.

신입생들 전체에게 배우지 않은 영어 레벨 테스트를 지필평가 및 인터뷰 등으로 시행해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준별 분반을 위한 입학 전 영어 레벨테스트를 실시하는 학교도 있었다.

상명초는 학교설명회에서 배부한 ‘신입생 모집전형 FAQ’에서 예비소집일에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입학식 이틀 후 영어 레벨테스트를 치른다고 안내하면서 레벨테스트는 지필평가와 인터뷰로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레벨테스트 대신 입학 전 영어학습 경력에 따라 수준별 분반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강삼육초는 외국에서 생활했거나 영어유치원 경력이 있는 어린이들과 숲유치원이나 일반유치원 등 입학 전 영어교육경력이 적은 어린이들을 분반해 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학 전 영어교육을 요구하기도 했다.

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파닉스 정도는 하고 와야 한다’거나, ‘알파벳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등, 1학년부터 시작되는 사립초 영어교육을 따라가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기초가 필요하다며 입학 전 영어교육을 전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단체는 학교들의 이런 위법적 영어교육과정 중단과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 징계를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또 교육부가 방과후 교실의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법률을 개정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허용할 경우 사실상 정규교육과정까지 선행교육화될 것이 분명해 법률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