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직거래, 1년 새 거래량 3배 ‘연착륙’

2015-11-26 08:24
개설 4개월 만에 문 닫은 원-엔 직거래 시장과 대조
내년 상하이 시장 개설…무역결제 비중확대 해결해야

최경환 경제부총리(앞줄 네번째)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다섯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열린 '원·위안화 은행간 직거래시장 개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서울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내달 1일로 개설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연착륙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성사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은 1년 새 거래량이 3배나 증가하며 활발한 모습이다.

이는 두 나라가 서로 주요한 교역 파트너임에도 미국 달러화 위주로 결제시장이 돌아가는 걸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출범하기 전에는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려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주로 원화를 먼저 달러화로 바꾸고 달러화를 다시 홍콩 등에 있는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운영되면서 달러화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고객 입장에선 편익이 커졌다. 환전에 따른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을 모두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꼽힌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설은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총액 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25.3%를 차지했는데 중국과 교역 규모도 전체의 4분1 수준인 235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설 첫 달인 작년 12월 8억8000만 달러(약 1조158억원)이던 원-위안 직거래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26억4000만 달러(약 3조474억원)로 3배 규모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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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만에 하루 평균 거래량이 80억 달러 안팎인 원-달러 시장의 20∼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원-위안 직거래시장 참여 기관은 국민, 신한, 우리, 기업, 산업, SC, KEB하나 등 국내 7곳과 중국 교통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JP모건체이스,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외국계 5곳이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약 20년 전 일본과 함께 개설했던 원-엔 직거래 시장이 불과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10월 개장한 원-엔 직거래 시장은 그해 4분기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4억엔에 불과했다. 거래가 활발해지지 않자 결국 4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내년에는 중국 상하이에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될 예정이어서 양국 통화 직거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에서도 직거래 수요가 있었는데 상하이 시장이 생기면 원화 활용도가 높아져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쪽에서 직거래되면 거래량과 실수요가 모두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위안 직거래 시장에서 무역결제 수요 비중이 작고 은행 간 거래 비중이 큰 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안화에 대한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7∼9월) 중국으로 수출한 우리 기업이 위안화로 대금을 받은 비중은 대중 수출 결제대금의 3.4% 수준이다. 애초 우리나라가 직거래 시장을 개설할 때 중장기 목표로 삼은 20%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위안화가 무역결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기업이 달러화 결제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금융 불안도 기업들이 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달러보다 위안화가 아직은 사용하는 데 편리한 돈이 아니라 기업들의 위안화 수요가 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