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 가족의 나치 탈출 시도는 최근 파리 테러로 입국 거부에 부딪친 시리아 난민을 떠오르게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안네의 가족이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해 결국 안네는 15세의 이른 나이에 유대인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리처드 브레트만 역사학 교수는 지난 2007년 안네 가족의 미국 입국 투쟁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난민 신청을 받았더라면 안네 프랑크는 15세 때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지 않고 현재 77세 여성으로 보스턴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트만은 "안네 프랑크의 부친인 오토 프랑크는 가족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비자를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엄격한 미국 이민 정책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1941년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로 이주한 안네 가족은 몇 개월 후 미국에 비자 신청을 했다. 오토는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대학 시절 친구에게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두 딸이지 사실 내 운명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유대인이 미국 비자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미국에 입국하려면 망명 신청자는 미국 내 후원자, 막대한 재산, 미국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했다.

더욱이나 미국 정부는 새로운 이민 규제를 만들어 독일에 친척이 있는 이들은 미국 비자를 얻을 수 없게 막았다.
히틀러 정권은 미국 망명자를 친척으로 둔 자국내 유대인에게 친척들이 스파이 활동을 하도록 종용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잠재적 스파이일지도 모르는 유대인의 미국 유입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 비자 획득의 벽에 부딪친 오토 프랑크는 쿠바 입국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는 간신히 1941년 12월에 쿠바 비자를 획득했으나 10일 후 독일과 이탈리아가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바람에 비자 승인은 취소됐다.

미국행이 좌절된 안네 프랑크는 가족과 함께 2년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주택에 숨어 지냈지만 결국 들통나 1945년 유대인 수용소에서 장티푸스에 걸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