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리화가’ 송새벽, 한을 담아 노래하다
2015-11-25 15:29
11월25일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또한 다르지 않았다. 작품 속 송새벽은 1867년 혼란의 조선 후기를 살아온 남자였고 동리정사의 살림을 걱정하는 고수였으며 채선(수지 분)의 스승 김세종이었다.
“처음 김세종 역을 제안받았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께 ‘죄송하지만 못할 것 같다’고 했었어요. 소리도 해야 하고 북도 쳐야 한다니.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2~3년 연습하고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어요. 쉬운 게 아니란 걸 알아서 더 두려웠는지도 몰라요. 제가 계속 망설이니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그렇게 따지면 국악원 분들은 캐스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죠. 연습만이 살길이다 싶더라고요.”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송새벽은 동리화가의 소리 선생 김세종 역을 맡았다.
소리의 힘은 대단했다. 그는 “대중들이 흔히 아는” 판소리인 ‘사랑가’, ‘적벽가’, ‘쑥대머리’ 등을 통해 울고 웃었다. “찬찬히 가사를 뜯어보면 어마어마하게 강렬”하고 또한 “구슬프기” 때문에. 그는 소리를 통해 “답답한 속내를 해소할 수 있었” 던 것이다.
“신기하게 소리를 접하면서 ‘한국인의 정서에는 한이라는 게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피가 있다니까요. 나이를 떠나서 소리에 몰입하다 보면 그 서글픔, 한, 얼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껴요. 그런 것들이 다 대물림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국악이라는 게 대중에겐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겠지만 막상 접하고 보면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품에 그리고 소리에 대한 송새벽의 애정과 몰입은 상당했다. 그는 애초 기획 단계와 달리 갑작스럽게 사투리로 대사가 바뀐 것에 대해서도 놀랍다거나 당황스러운 기색 없이 “더 매끄러워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단. “소리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어렴풋이 남원 말씨를 쓰지 않을까 생각해왔던 터다. 그는 조금 더 소리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고 그것은 판소리를 넘어 연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사 뉘앙스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소리하시는 분들의 말투, 화술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죠. 일반인 분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대화 자체가 소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이 발견돼 제 말투에 녹여내고자 했죠.”
인물에게 집중하고 그 배경에 녹아드는 것은 송새벽이 가장 잘 해왔던 것이므로. 이번 ‘도리화가’라고 해서 특별히 힘을 줄 것도 없었다. 다만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북을 치고 소리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였다.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동리정사’ 팀은 명창 선생님과 소리 연습을 했죠. 거의 드문 일이잖아요. 영화를 찍기 전 미리 모여서 연습을 한다는 게. 연극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매일 같이 모이다 보니 더 친해지는 기분도 들고.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