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15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대기업 부럽지 않아요”
2015-11-23 16:15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 전남 광양에서 올라온 송영종(25)씨는 “실제 박람회에 와보니 복지나 급여수준도 생각보다 괜찮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올해로 4번째 열리는 삼성 협력사 채용 박람회에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을 다녔던 경력자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구직자가 참가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과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의 수가 비례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채용행사에는 삼성 전자·전기업종과 중공업·건설업종뿐 아니라 호텔신라·제일기획·삼성웰스토리 등 서비스업종 계열사까지 새롭게 참여해 총 200여개의 협력사 부스가 마련돼 인파가 몰렸다.
전북 군산시에 거주하는 김태홍(30)씨는 경력직으로 이직을 위해 채용 한마당 현장을 찾았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근무를 원하는 그는 “반도체 분야 중 비메모리 분야는 중소·중견 기업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과 잠재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대기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특히 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은 연구개발(R&D) 인력이 대다수를 이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학진학보다 취업을 원하는 고등학생의 발길도 이어졌다. 다만 협력사에서 원하는 구직자 요건이 경력이나 대졸자인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중구 신당동에 거주하는 최민기(대경상업고등학교·3학년)씨는 “신입 요건중 고졸보다는 대학 4년제 졸업이나 1년 이상의 경력을 원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 아쉬웠다”며 “지금보다는 2~3년 뒤에 오면 더 유용한 정보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협력사측에서는 해당 업무에 일할 준비가 된 구직자와 그렇지 않은 구직자를 판단하는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의 A 협력사 면접관은 “면접 보러 오는 구직자는 해마다 많아지는데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 고르는 것처럼 준비가 안됐음에도 우선 취업에 급해 오시는 분들도 있다”며 “지원 동기, 업무 지식 등에 대해 몇가지 물어보면 진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드러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B협력사 면접관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협력사 채용 한마당에 참석하고 있는데 취업자들의 스펙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걸 느낀다”면서도 “스펙만 보기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낸 경험, 원하는 업무에 대한 의지와 열정 등을 많이 본다”고 귀띔했다.
다만 삼성측이 사전 공지했던 2000명 현장 채용에 대해서는 구직자와 면접관 모두 “바로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협력사의 한 면접관은 “아무래도 바로 현장에서 채용을 결정할 수 있는 직급의 사람이 오기는 힘들다”고 말했고, 경기도 광주에서 올라온 한 구직자(28) 역시 “현장채용보다는 1차 서류심사 개념이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용 한마당 개막식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참석해 환영사를 전했으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과 함께 부스를 둘러보며 협력사와 구직자들을 격려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은 삼성이 중소·중견 협력사에게 우수 인재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