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국가장’으로 26일 국회서 영결식(종합)
2015-11-22 17:34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최초의 문민정부 연 대통령” “민주화의 역사를 만든 큰 별”
대한민국 ‘민주화의 거산(巨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들었다.
대한민국 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2일 0시22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거했다. 향년 88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열로 입원했다가 상태가 악화됐고,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패혈증과 급성신부전으로 서거했다고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공식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은 생전에 그가 즐겨 쓴 ‘대도무문(大道無門·큰 길에는 문이 없다)’이란 휘호처럼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최연소 국회의원(만 26세), 최초의 의원직 제명 조치, 역대 최다 9선 국회의원, 3번의 야당 총수, 문민정부 첫 대통령 등의 신기록을 남겼다.
서슬퍼런 유신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최초로 의원직 제명조치를 당하는 과정에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로 민주화투쟁을 이끌었고, 전두환 신군부 정권에 대항하며 1983년 5월 가택연금된 YS는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후 ‘변절자’란 비판에도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청와대의 주인 자리를 꿰차는 ‘정치적 승부사’ 면모를 보이며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다. 임기 초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을 일사천리로 해낸 것도 ‘정치 9단’ YS이기에 가능했다. 임기 말 IMF 환란과 차남 현철 씨의 비리 혐의로 곤욕을 치렀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YS 키드’들에겐 최근까지도 정치적 아버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YS의 서거로 인해 평생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함께 40년 동안 한국 정치사를 쥐락펴락한 ‘3김(金) 시대’도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게 됐다. 3김 중에 홀로 남게 된 JP는 이날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한시간 가량 유족을 위로하며 ‘회자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YS의 빈소는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하루종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김영삼 대통령 기념사업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상도동계 인사들은 차남인 현철 씨와 함께 상주를 자처하며 빈소를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3일 새벽 귀국 예정이며, 국내 도착 이후 빈소를 직접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중국 신화, 일본 교도 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군사독재에 맞선 첫 ‘문민정부’ 대통령” “금융실명제 등 과감한 개혁 이룬 인물” 등으로 YS 서거 소식을 긴급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총장도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투명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이룩하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김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영결식이 거행된다. 장지는 서울현충원이다. 국가장 절차에 따라 정부는 빈소를 설치·운영하며 운구, 영결식, 안장식을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