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교육과정 따로 노나

2015-11-17 11:27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교육부가 새로 마련한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시행한 수능 수학 영역에서는 여러 개념을 섞어 어렵게 만든 문제들이 변별력을 위해 출제됐으나 교육부가 개정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 유의사항의 취지에는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수학 과목의 유의사항에서 학교 시험을 출제할 경우 성취기준을 여러 가지 섞어 내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신설했다.

변별력을 주기 위해 기존 학교 시험이 여러 개념을 섞어 문제를 꼬아 내면서 학습부담을 높였다는 지적 때문에 마련한 신설 가이드라인이다.

지난 9월 이러한 내용의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교육부는 학습부담을 대폭 줄였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가이드라인 마련은 앞으로 수학 과목에서 변별력 보다는 학습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2018학년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을 받게 돼 수능에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2021년부터로 교육부는 2017년까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2016학년도 수능이 직접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지는 않더라도 교육부의 개선 취지가 수험생에게 하나의 신호가 됐지만 기존 관행대로 출제가 돼 흐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수능이 직접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지는 않더라도 취지가 마련된만큼 방향을 어느정도 반영해야 하는데도 변별력을 위해 개념을 섞어 어렵게 만든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수능과 교육과정이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기존에도 특히 수능의 수학 영역에서 여러 개념을 섞어 어렵게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면서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수능과 교육과정이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수학 과목의 유의사항을 통해 이같은 출제를 하지 말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과도기적으로라도 이같은 취지가 반영이 돼야 했는데 이번 수능에서도 여러 개념을 섞어 출제하면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들이 나온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더라도 하나의 성취기준을 통해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좋은 문제"라며 "문제를 꼬아 출제하면서 풀이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취기준으로도 깊은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교육과정 담당자와 수능 담당자의 입장이 다른 것도 문제다.

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의 교육과정정책과와 수능을 담당하고 있는 대입제도과의 말이 다르다.

교육과정책과 관계자는 “수능은 교육과정을 준수해서 출제되는 것으로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취지를 살리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수능이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내는 것은 맞지만 종합적 사고내용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변별력을 줄 수밖에 없다”라고 해 약간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구 연구원은 “수능이 교육과정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연관성이 큰데도 이전에 교육과정 개정에 참여한 인사들은 수능은 별개로 진행한다고 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있는 등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문이과통합을 통해 수학에 대한 학습 부담을 줄여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취지가 있는 만큼 2017 수능개편안이 이런 취지를 살려 학습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