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차이 코리아] 후강퉁 이어 선강퉁 "또 다시 바이차이나"

2015-11-17 10:45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를 잇는 후강퉁에 이어 선전·홍콩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다시 한 번 '바이차이나' 열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선전거래소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린다. 전통산업이 몰린 상하이거래소와 달리 신흥산업 비중이 높다. 우리 코스닥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유망 중소형주에 투자할 수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연내 선강퉁 정책을 공식발표하고 늦어도 내년 4월께 제도를 시행할 전망이다. 선강퉁이 실시되면 후강퉁과 마찬가지로 내국인 전용인 선전A증시에 해외투자자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현재 선전A증시에 상장된 기업 수는 1718개로 상하이A주(1062주) 수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선강퉁으로 해외투자자가 사고 팔 수 있는 주식이 시가총액 상위 400~500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 말에 문을 연 선전거래소의 시총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2조1000억달러(한화 약 2447조원)다. 상하이거래소(3조2750억달러, 3830조원)보다는 작지만 전 세계 거래소 가운데 여덟째로 큰 규모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시장보다도 2배 가량 크다.

시장구성은 메인보드시장(대형주)만 있는 상하이거래소와 달리 메인보드시장·중소판시장(중소형주)·창업판시장(신흥산업 소형주) 등 3개로 돼 있다. 2014년 말 기준 심천거래소의 시가총액 비중은 메인보드 40%, 중소판시장 41%, 창업판 19%다. 상장 기업 수는 메인보드 478개사, 중소판 767개사, 창업판 484개사 등이다.

중국은 이번 선강퉁 시행을 통해 중소기업, 벤처 기업 육성을 위한 기업 단계별 자본시장 육성 정책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증시 개방을 통해 시장제도나 감독체계 개선 등도 노린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시장의 2배에 달하는 새 투자처를 얻게 됐다. 

선강퉁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는 선전거래소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산업을 대거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선전거래소의 업종별 시총 비중을 보면 산업재(25%)와 소재(18%), 정보기술(19%), 경기소비재(16%), 헬스케어(7%) 순으로 규모가 컸다. 금융(35.1%), 산업재(18.9%), 에너지(13.5%) 등 전통산업 중심인 상하이거래소와는 차이가 있다.

선전거래소의 주요 업종은 중국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상호연계∙클러스터∙스마트 생산∙데이터 처리∙제품 혁신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의 수혜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천원자오 초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하이거래소가 과거 10년 동안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한 전통산업이라면 선전거래소에는 향후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할 산업이 몰려있다"며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 중에서도 신흥업종은 선전거래소에 대부분 쏠려있다"고 말했다.

천원자오 센터장은 향후 3년 이상 투자할 추천 업종으로 전자, 환경보호, 헬스케어 등 고성장 신흥산업과 로봇,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을 꼽았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이 많다 보니 지수 상승폭도 크다. 중국 초상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0년 1월부터 2015년 10월 말) 선전종합지수 상승률은 67.7%를 기록했다. 이 기간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이 3.2%인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중소판지수와 창업판지수 상승률은 각각 102%, 179%에 달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 경험 부족은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유안타증권이 추산하는 선전종합지수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6.6배에 달한다. 상하이종합지수(14.1배)와 비교하면 88% 가량 높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무조건 겁낼 필요는 없지만 거품인지 아닌지는 판단해야 한다"며 "시장점유율이 높고 특정 핵심기술을 보유한 시장주도주를 선별해 내는 게 투자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국내투자자의 경우 그동안 코스닥을 통해 쌓은 정보기술, 바이오·헬스케어 정보가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1년간 후강퉁을 통해 배운 중국 투자 노하우 등을 활용한다면 선강퉁 투자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