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 '파워 氣-UP'] 불황일수록 변별력을 키워야 살아남는다
2015-11-16 06:00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내수는 꽁꽁 얼어붙은데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엔저공습, 중국의 경제위기 등으로 해외 수출은 더욱 막막하다. 이같은 위기는 기업들이 조직 슬림화를 위해 인원과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빼들게 만들고, 이는 가계에까지 영향을 줘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동시에 하락하는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오늘 일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1997년 IMF사태로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후에도 2005년 미국발 금융위기, 2008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견뎌낸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기침체에도 살아남는 기업을 이야기 할때, 경제 관련 연구원들은 경기침체와 수능시험을 비교하기도 한다. 경기상황이 수능시험의 난이도라 할 경우, 경기침체는 어려운 시험으로 볼 수 있고 이는 곧 변별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의 경우, 한계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가 경기침체기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애플·아사히 맥주, 불황기 경쟁력 강화로 세계 시장 선도
2000년대 초 IT버블붕괴로 발생한 경기 침체를 맞은 PC업체들은 수요 예측에 실패해 막대한 재고를 안고 있었다. 결국 PC업체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차별화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제품 디자인을 통해 고가 마케팅을 이어왔던 애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실제 아이맥(i-Mac)과 파워맥(Power Mac) 등 주력 제품인 매킨토시(McIntosh) 판매량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스티브잡스는 애플 복귀후 제품군을 단순화 해 군살을 뺐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P3 플레이어를 선택, 아이팟(i-Pod)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다.
애플의 경영성과는 5월말 기준 7600억 달러(약 879조원)가 넘는 시가총액, 지난 3분기 매출액이 496억 달러(57조300억원)를 기록한 데서 알 수 있 듯이 디지털산업의 전반을 리드하는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드는 인텔도 IT버블 붕괴라는 위기상황에서 2000년과 2001년 사이 130억 달러를 들여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공장, 생산라인, 시험 장비를 신설했다. 또 아시아와 세계 각 지역에서 투자를 확대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텔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00년 11.6%에서 2001년 14.3%, 2002년에는 15.1%까지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인 AMD와의 격차를 벌리며 시장 1위 업체로서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IT기업만이 아니다. 일본의 맥주회사인 아사히맥주(ASAHI)도 1985년 중반 엔고 현상으로 수출가격 급등으로 수출이 어려워지고, 공장에 재고가 쌓이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불황 극복은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제품, 즉 가치있는 상품 출시에 있다는 판단하에 신상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 ‘슈퍼드라이’라는 역대 최고의 히트작을 만들며 재기에 성공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일본 기업이 고환율과 불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R&D 투자를 꼽았다. 특히 자동차업체의 경우, 엔고시기에도 친환경 자동차용 전지개발에 투자를 늘리며 글로벌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일본 파나소닉의 경우에도 기존의 소형전지를 수천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전기자동차에 탑재했다. 그 결과 신규 전지 개발 비용을 절약하고, 생산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불황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투자확대를 통한 변별력을 앞세워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는 “기업이 지출을 줄여야 할 때에도 전략적 투자를 위한 기회를 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기에도 경쟁력, 즉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국내기업도 불황기에 변별력 키워야
우리나라 기업도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개발은 필수요소로 진행중에 있으며 미래 자원인 인재채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하거나 가정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해 업무능률 향상과 더불어 고급 인재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불황은 곧 긴축경영 이라는 타성적 공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수비경영은 기술 및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에서 미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경기침체기에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신용 경색, 기업활동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또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이 때문에 자신의 펀더멘탈(Fundamental)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기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업체와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핵심역량 강화는 경기가 회복되면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