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남에 주식 매각한 김승연 회장 배상 책임 없어"

2015-11-11 13:27
항소심, 회사에 89억 배상 1심 뒤집어…시민단체 "시대 역행 판결"

김승연 회장[사진=한화그룹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이 아들에게 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건넨 것에 관해, 한화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김기정 부장판사)는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임직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김 회장에게 89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1심을 깨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한화는 2005년 이사회에서 한화S&C 주식 40만주(지분율 66.7%)를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에게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동관씨는 알짜 IT기업 한화S&C의 최대주주가 됐다.

검찰은 주식을 저가매각해 한화에 89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2011년 김 회장과 남모 한화 대표이사, 김모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공인회계사를 기소했다.

이들은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 등 한화 전·현직 임원 8명을 상대로 한화에 손해를 배상하라며 별도로 민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한화S&C 주식을 장남에게 저가에 매각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 사건 당시 한화S&C 주식 1주당 가치가 적어도 2만7517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실제 거래된 가격 5100원과의 차액만큼인 89억원을 김 회장이 물어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당시 이사들이 모두 주식매매에 찬성했고 김승연 회장이 이사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사들을 기망해 이런 매각 결의를 한 게 아니다"라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주식매매를 장남이 모르고 있었기에 김 회장이 주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동관씨가 한화그룹 경영권을 승계시켜주는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김 회장 자신의 이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주장하는 주식 적정가액은 모두 사후적 판단"이라며 "주식매매가 현저하게 저가로 이뤄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법원이 시대를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