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달라" 총선 '국민심판론' 왜 꺼내들었나?

2015-11-10 15:41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주재…법안 지연 국회 강력 성토하면서 '국민 심판' 당부
총선 앞두고 유승민 파동 당시 '배신정치 심판론' 2탄 연상
"바른역사 못배우면 혼 비정상…참으로 무서운 일" 야당 겨냥, 국정화 추진 강력 의지 피력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작심한 듯 ‘국민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며 "국회가 이것(경제법안들)을 방치해서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매일 민생을 외치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쟁점과 유불리에 따라 모든 민생 법안들이 묶여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라고 호소한 것은 여야 모두를 겨냥한 승부사적 메시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총선 개입 혹은 여당의 공천 과정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직 청와대 참모들과 현직 장관들의 대구·경북(TK) 지역 출마설에 따른 청와대발(發) TK 물갈이 논란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는데다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 등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대구 물갈이론’을 공론화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 그 진의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박심’을 내세워 대구경북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른바 ‘박근혜 키즈’들의 전략 공천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배신의 정치 심판론’ 제2탄 격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대구 물갈이 1순위로 유 전 원내대표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실제 부친상을 당한 유 전 원내대표의 빈소에 박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지 않은 이유와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뒤끝이 남아있다’는 등 해석이 난무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은 해석에 대해 "박 대통령 발언을 'TK물갈이'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회선진화법으로 각종 법안 처리가 묶인 상황에서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압박해 민생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이자, 19대 국회가 마지막 소임을 방기하면 국민이 결국 판단해달라는 요청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생을 돌보는 사람이 국회에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라며 "말로만 민생을 내세우고, 입신 정치가 우선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서도 "역사교과서 문제는 정쟁이 되어서도 안되고,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魂)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참으로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라며 다시 한 번 국정화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현 역사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6·25 전쟁의 책임도 남북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기술돼 있고, 전후 북한의 각종 도발은 축소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반노동자적으로 묘사하고, 기업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해 반기업정서를 유발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측은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7종 교과서에 가장 문제가 있는 근현대사 집필진 대부분이 전교조를 비롯해 특정 이념에 경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오는 14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짓고 국정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사학자 대부분이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7종 교과서 근현대사 집필진을 ‘전교조 소속’에 ‘특정이념 경도’라고 단정, 국정화 반대 세력을 ‘낙인찍기’식으로 몰아붙여 대립과 갈등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