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6년 전인 2009년의 우리는 아이폰이 아닌 아이팟을 썼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아닌 싸이월드에 열광했다. 6년이라는 ‘시간’은 이렇게 세상이 바뀌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그 긴 시간을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생으로 지내던 ‘배우’가 있다.

신예 배우 박선호는 중학생이던 2008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발탁돼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하며 6년을 보냈다. 그는 씨스타, 보이프렌드, 정기고 등을 키워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제1호 연습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가수가 되는 것은 제 모든 것이었고 첫 번째였죠. 그래서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힘들어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조차 저에겐 즐거움이었거든요.”
  그런 박선호에게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 오디션 기회가 왔다. “뭐든 하면 열심히, 후회 없이 하는 스타일”인 박선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 맛보는 연기의 경험은 강렬했다.

“가수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밖에 모르던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값지고 새로운 경험이 저를 압도하더라고요. 왁자지껄한 현장도 좋고, 선배 배우와 호흡하는 것도 즐겁고요. TV에 나온 내 모습이 박선호가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라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아…연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수가 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음악을 대신하기 시작한 거죠.”

질문을 던지면 “음…” 소리를 내며 눈알을 굴렸다. 제 생각이 정리가 된 후에야 입을 떼는, 대답도 참 열심히 하는 박선호는 tvN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에서 “대충”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도 귀찮아 울서대로 학벌을 위조한 이 사회 초년생은 뭐든 대충해 실수를 연발했고, 심지어 사과도 대충했다.

“사실 제 성격과 드라마 속 선호의 성격은 180도 달라요. 전 시간마다 스케줄을 짜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막돼먹은 영애씨’를 연기하다 보니 그 마음을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연기의 매력이죠.”
  15시즌을 지켜온 김현숙 윤서현부터 라미란 이승준 조덕제 등 연차 높은 배우들이 경쟁하듯 연기력을 뽐내는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박선호는 무리 없는 연기로 작품에 스며들었다. “샤방샤방한” 외모 덕에 탄탄한 고정 팬들에게도 단박에 눈도장을 찍었다.

“연습생 시절에 비하면 요즘 참 즐겁겠다”고 물었더니 또 한참을 고민하고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하얗고 반듯하게 생겨 보들보들한 두부인 줄 알았는데, 웬걸 속이 꽉 찬 백설기다.

“가수 연습생 시절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됐어요. 여러 작품의 오디션을 보는 지금은 하루하루 저와 직면해야 하죠. 처음에는 기죽기도 했어요. 근데 이제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오디션에 가서 하나라도 배워오자. 그리고 다음 오디션에서는 그걸 보완하자’고요. 결과보다는 그렇게 발전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잖아요. 가수가 되기 위해 쏟았던 열정들, 이제는 연기에 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