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창업 전성시대' 도래…정부·기업 고용절벽 해소 나섰다
2015-11-08 14:51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한중 양국에 도래한 '창업 전성시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중국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창업혁신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과 '중한혁신단지' 설립 계획을 밝히며 양국에게 열린 거대한 창업시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창조경제'와 '솽촹(雙創‧대중창업과 만인혁신)'을 국정 목표로 내걸고 창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성장 경제와 제조업의 한계에 부딪혀 취업문이 좁아진 지금, 창업은 한중 양국 모두에 있어 고용절벽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韓 창조경제 3년차...재계로 확산되는 창업지원 랠리
한국은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서 청년 펀드, 청년 배당, 청년 수당 지원 외에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창업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정책을 내놨다. 창조경제 3년차를 맞은 지금,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는 95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912억원 대비 38.4% 증가했다. 벤처투자사도 517개로 전년동기대비 23.7% 늘었다. 벤처기업 역시 올해 9월말 기준 3만464개로 처음으로 3만개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신설법인 수도 이같은 창업 붐을 뒷받침한다. 올 3분기 신설법인은 전년 동기대비 10.9%(2297개) 증가한 2만3377개를 기록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규모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최근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사재까지 쏟아내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기업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청년고용 창출 및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년희망펀드'가 구축된 지 한 달 여 지난 7일 현재 기탁 금액은 604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선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0억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150억원), 구본무 LG 회장(70억원), 신동빈 롯데 회장(70억원), 최태원 SK 회장(60억원), 허창수 GS 회장(30억원), 박용만 두산 회장(30억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16억원) 등 재계 총수들이 동참했다.
한국은 창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엔젤투자 규모가 작고, 성공적인 투자 회수와 창업자를 위한 안전망 구축 등에서 많은 개선점이 남아있다. 대기업의 창업지원 랠리가 지속될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과 함께, 중국처럼 젊은 창업인들의 멘토로 나설 만한 스타 기업인들의 활약이 적다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중국처럼 13억 인구를 앞세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펼칠 수 없는 만큼, 우리나라가 창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규제의 틀'을 개혁해 기업과 창업인들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中 '창업 빅뱅'...정부-기업의 창업 지원 네트워킹 확대
중국은 대규모 '촹커(創客‧창업자)'를 배출하며 이미 세계 최대 '창업 허브'로 부상했다.
중국 국무원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중국 내 창업 기업 수는 2011년 200만개, 2013년 250만개에서 지난 해 365만개를 기록, 하루 1만개 기업 탄생 시대를 열었다. 올 상반기 엔젤투자(개인들의 벤처 기업 투자) 건수는 총 809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26.1%, 총 투자규모는 7억4200만 달러로 증가폭이 183.6%에 육박했다.
창업 연령은 빠링허우(80后·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층)과 주링허우(90后) 중심으로 낮아지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층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인 '촹커쿵젠(創客空間)'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촹커쿵젠과 같은 창업자 양성소는 18% 가량 늘어났고, 현재까지 중국 전체 대학교 중 82%가 창업 관련 과목을 개설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향후 4년 내 대학생 창업자를 8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회사법 개정 및 창업투자기금 조성 등으로 창업 규제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 지난 2010년부터 중국 벤처기업 산실인 '중관춘(中關村)'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6가지 벤처기업 특혜 지원책을 전국으로 확대해 국가차원의 '창조혁신 시범구' 건설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재의 중국 창업 '붐'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이를 힘껏 밀어주는 기업들의 지원사격이 만들어낸 결과다. 마윈(馬雲)과 레이쥔(雷軍) 등 스타 기업가들의 행보는 제2의 마윈과 레이쥔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의 최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울러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청년창업 지원 펀드 구축 등을 통해 자발적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공동투자를 받고 있는 소셜커머스업체 메이투안(美团)과 디디콰이디(滴滴快的)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5위 유니콘기업(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비상장 벤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또 다른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며 미래 창업인 육성을 위한 네트워킹을 구축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