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배송역량 확대 vs 물류사 결속 강화"... 판커지는 온라인몰 ‘물류전쟁’

2015-11-08 11:28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으로 시작된 '배송전쟁'이 유통업체들의 자체 배송역량 확대로 이어지면서 물류사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쿠팡이 최근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을 자체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서비스 경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쿠팡과 같은 자체 배송역량 확대는 막대한 비용 초래와 비효율성, 법적 위험이 존재해 현재의 배송경쟁은 화주와 물류사의 결속을 더 강화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이달부터 전국 당일배송인 ‘CJ 더(The)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CJ오쇼핑도 수도권 지역에서만 시행하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이달에는 전국으로 확대했다.

G마켓과 옥션도 '스마트 배송'이라는 묶음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지난달 티몬도 자사생필품 전용사이트인 '슈퍼마트'에서 당일배송 서비스인 '슈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쿠팡의 물류인프라 투자를 통한 배송 차별화가 매출증대로 나타나면서 배송 역량이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다. 쿠팡은 2013년 매출액 480억원에서 2014년 3480억원으로 증가, 물류시스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배송 서비스가 중요해진 배경에는 1인 가구 증대와 지속적으로 고성장 중인 택배시장이 있다. 현재 2인 이하 소규모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50%에 이르며 모바일 거래는 현재 14조원 규모로, 온라인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택배 산업도 온라인쇼핑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그 규모와 매출도 증가해 2009년 2조7000억원에서 2014년 4조원의 시장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쿠팡과 같은 방식을 선택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충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는 화주들이 쿠팡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배송의 경우는 기존 물류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의 배송서비스 강화를 전략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배송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고, CJ오쇼핑은 물류센터와 배송을 모두 외주 물류회사에 일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자체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은 외주 물류회사를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 물류센터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고 배송은 자체차량과 외주배송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이는 쿠팡의 주장대로 '로켓배송'이 무료라면 수익성 측면에서 서비스가 지속되기는 어려워서다.

티몬만 봐도 슈퍼배송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하지만 자체인력으로 운영하는 쿠팡과 달리 기존 택배사(현대로지스틱스)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의 당일배송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물류비용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다.

또 쿠팡은 지난해 6배가 넘는 매출 신장을 이뤄냈지만, 12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2016년까지 물류센터를 18개, 쿠팡맨은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라 연간 수 천억원의 배송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매입한 상품을 대상으로만 이루어지는데 다른 소셜커머스회사를 참고하면 상품매출은 원가율이 80~90%이고, 수수료매출은 원가율이 20~30% 수준이라서다. 즉 쿠팡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44%포인트 급감했는데, 이는 원가율이 높은 직매입 비중이 12%에서 56%로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김 연구원은 "직매입을 늘리면서 이익률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재고관리 및 충당비도 발생한다. 이러한 요인들도 간접적인 비용증가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쿠팡의 시도는 분명히 위협적이나 기존 물류회사를 활용하는 것보다 큰 매력이 있다고 보기 힘든 셈이다.

이에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커머스의 자체배송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유료화되거나 물류업체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