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철도공급, 전세계 1% 수준…중국에 추격 허용” 고속철도 수출 공염불
2015-11-05 23:4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한국의 철도공급 능력이 세계 철도공급 시장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중국에 추월을 당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특정 기업의 독점과 함께 '철피아'(철도+마피아)가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한국 철도시장의 양적·질적 하락을 초래한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그랜드 플랜을 만들지 않는다면, 고속철도 수출뿐 아니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韓, 고속철도 증설 '351㎞'… 中은 '1만6000㎞'
5일 본지가 입수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이후 10년간 한국이 늘린 고속철도 노선은 351㎞(239㎞→590㎞)였다. 반면 중국 내 고속철도는 총 1만6000㎞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고속철도 길이의 60% 수준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철도공급 능력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전 세계 시장의 1% 수준이다. 유라시아 철도 개통 시 관련 국가의 국가경쟁력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속철도의 수출에 '적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부분은 급성장한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이다. 중국은 1978년 등소평(鄧小平·덩샤오핑)이 일본 신칸센을 탄 것을 계기로 고속철 사업을 본격화했다. 1990년대 독자적인 고속철 개발에 실패한 중국은 2004년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과 함께 개발을 시작, 세계에서 가장 싸고 빠르게 고속철을 만드는 국가로 성장했다.
◆中, 해외시장 80개국… "韓, 다각적인 지원 절실"
지난해 중국의 고속철도 승객은 약 8억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개통 이후 누적 승객 5억명을 돌파하는 데 11년이 걸렸다. 중국의 철도분야 투자액은 지난해 약 150조원으로, 2013년 대비 21.8%포인트가 증가했다. 지난 1년간 개통한 노선만 8427㎞에 달한다. 중국의 고속철 건설비용(㎞당)이 세계 평균의 절반, 건설기간은 서방의 4분의 3 수준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터키 고속철도차량 수출을 시작으로 △모스크바∼카잔 고속철도사업 수주 △미국 고속철도사업 수주 △뉴질랜드·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 기술표준 수출 등 철도차량 수출액이 5조원 규모이며, 해외시장은 80개국에 육박한다.
문제는 한국 고속철도의 미래다. 보고서는 한국의 고속철도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현대로템·로테코의 독점'과 철피아의 유착을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철도공사가 국내 철도차량 발주량 중 약 80%를 발주하며, 철도차량 제작업체는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한 상황"이라며 "철도차량 제작 감독기관은 로테코가 전체 물량의 77.2%, 금액기준 84.2%(2011∼14년 기준)를 독점했다"고 적시했다.
예산 낭비도 지적됐다. 최근 5년간 매년 1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했지만, 10년간 발전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각국의 고속철도 최고속도를 보면, 605㎞ 시험운행에 성공한 중국은 프랑스가 2007년 세운 574.8㎞를 추월했다. 한국은 '해무'가 세운 421㎞가 최고속도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2014년 12월 중국 2대 고속철업체인 베이처(北车)와 난처(南车)가 합병하면서 자산규모 55조원의 세계 최대 고속철업체 '중처(中车)'가 등장하는 등 중국은 2018년 세계 철도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우리도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진출 출구전략 차원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