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이제 찾지 말고 콕 짚으세요"…'LGU+ '큐레이션TV' 들여다보니

2015-11-06 09:36

5일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큐레이션TV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LG유플러스 임직원들. (왼쪽부터)이건영 LG유플러스 IPTV서비스 팀장, 박종욱 IPTV 사업담당 상무, 안성준 컨버지드홈 사업부 전무, 조원석 디바이스개발센터 상무. [사진=박정수 기사]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301번이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리모컨에 있는 ‘예능’ 버튼을 누른 후 화면에 나온 ‘무한도전’ 전용 채널을 선택해도 볼 수 있었다.

LG유플러스가 이용자가 원하는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한 채널에서 몰아서 쉽게 보는 ‘큐레이션TV’ 서비스를 5일 출시했다. 큐레이션TV는 장르별로 인기 있는 VOD를 500개의 가상채널을 통해 이용자들이 선택해 볼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IPTV에서 ‘무한도전’을 보려면 ‘홈(Home) 메뉴’→‘다시보기’→'MBC'→‘예능’→‘무한도전’→회차 순으로 선택해야 했다. 이 복잡한 절차 없이 콕 짚어 한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보고싶은 VOD를 찾기 위해 채널 이동을 최대 174번까지 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공짜라면 불편함도 감수하고 본인이 시청하려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까지 VOD를 탐색한다. 30대는 본인이 원하는 것들만 빠르게 본다. 40대는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보는데 대부분 재방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50대가 넘어가면 지상파에서 내보내는 실시간 방송만 본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선보인 큐레이션TV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전용채널 301번으로 정해놓고 번호를 눌러 바로 이동, 복잡한 과정 없이 콕 짚어 한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겠다는 의도다.

예능 채널을 300번대에 채웠고, 400번대에는 드라마를 담았다. 또 영화(500번대) 해외드라마(600번대), 어린이(700번대), 다큐멘터리(800번대)를 클릭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영화 채널인 500번대에는 고객이 선호하는 배우, 시리즈별 전용 가상채널도 제공한다. 505번은 유아인 전용채널로 그가 출연한 영화 ‘사도’, ‘깡철이’를 연달아 볼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큐레이션TV가 ‘이용자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05번에서 유아인이 출연한 ’사도‘를 보다가 ’무한도전‘을 잠시 시청한 후 505번으로 돌아오면 보던 그 장면부터 이어서 다시 볼 수 있다.

안성준 LG유플러스 컨버지드홈 사업부 전무는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의 TV 시청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옥에 티라면 이미 IPTV 채널이 200여 개가 넘는 상황에 가상채널 500개가 추가로 생겼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다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선호하는 장르, 배우, 시리즈별 전용 가상채널 번호만 머릿속에 정리하기도 벅찰 것 같았다.

한 시청자는 “채널다변화, 프로그램 다양화 시대에 수백가지가 넘는 채널이 추가로 생기는 것은 ‘채널공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큐레이션TV 서비스가 안착한다면 타격받을 곳은 지상파”라고 말했다. 지상파가 선점한 황금채널대인 5~11번을 보는 게 아니라 LG유플러스가 자의적으로 정한 채널에서 보는 식이다. IPTV에 중요한 실시간 콘텐츠 공급자였던 지상파가 큐레이션TV 서비스가 진행되면 지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언이다.

 

큐레이션TV를 통해 본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한 장면. [사진=박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