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핫라인' 어설픈 개통에 SNS 루머까지
2015-11-03 14:04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중국이 스파이 퇴치를 위해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신고자 요금 부담에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름처럼 '핫'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이번 달 지린(吉林)성에 전국 스파이 직통신고번호 12339번을 개통해 신고 전화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화를 걸면 없는 번호라는 안내를 받거나 신고자가 요금을 부담해야 해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지린성에서 12339로 전화를 걸었던 한 신고자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나중에 소셜 미디어에서 지린성의 창춘(長春)시 지역 번호를 앞에 추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황담함을 표했다.
"외신 기자, 비정부기구 관계자,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경계하라", "(정치·종교 등)민감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외국 장점을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등 내용의 글이 대표적이다.
스파이 핫라인이 베이징(北京)과 같은 중심 도시가 아닌 동북지역에 설치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다.
군사 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보수성향 언론 글로벌타임즈에서 “지린성은 중국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에 아주 중요한 장소일 뿐 아니라 동북지역 전체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접경 지역에 위치한 지린성에서는 최근 스파이가 검거되는 등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스파이 신고 핫라인을 개설한 것은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국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반(反)스파이법' 1주년 기념일에 맞춰 개설했다. 중화망(中華網)은 지난 9월 일본 스파이 4명을 구속하는 등 외부 세력에 위협을 느낀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스파이 신고 핫라인 외에도 흡연·환경오염 ·부패·음란물 유포 등 관련 핫라인도 만들어 수 년째 관련 신고를 접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