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리커창 방한단 초호화진용, 장관급만 11명

2015-11-02 14:42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리 총리는 방한기간동안 한중 정상회담과, 3년반만에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행사들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한중 양국 정부간 17건의 양해각서(MOU)와 1건의 금융협력 합의문이 체결됐다.

쉴 틈 없이 일정이 이어졌던 리 총리의 방한에는 무려 11명의 장관급 인사가 함께 했다. 보통 리 총리의 해외순방에는 3~5명의 장관급 인사가 함께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 쉬사오스(徐紹史)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등 3인은 업무특성상 매번 리 총리를 수행했다. 해외순방이 아닌 경우라도, 리 총리가 중국에서 외국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할 때 이 3인은 항상 배석한다.

이에 더해 사안에 따라 2~3명의 장관들이 총리의 외국방문단에 포함돼 왔다. 이번 리 총리의 방문단처럼 11명의 장관이 대거 함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중간에 다룰 사안이 광범위했고, 한중일 3국간 소통할 의제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한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중국측 인사는 통역을 제외하고 모두 11명이었다. 리커창 총리 오른쪽으로 왕이 외교부장,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샤오제(肖捷) 국무원 부비서장이 자리했다. 리 총리 왼쪽으로 완강(萬鋼) 과기부장, 천지닝(陳吉寧) 환경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차례대로 앉았다. 이들 8명은 모두 장관급이다.

저우 인민은행장 왼쪽으로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국장급)와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위치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리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 완강 과기부장,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천지닝 환경부장, 가오후청 상무부장 등 7명이 나섰다.
 

지난 1일 한중일 3국정상회담에 나선 중국측 인사들의 모습. 앞줄 왼쪽부터 천지닝 환경부장, 완강 과기부장, 왕이 외교부장, 리커창 총리,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가오후청 상무부장.[사진=연합뉴스]



◆외교는 왕이, 경제는 쉬사오스

중국 국무원 25부 중 가장 서열이 높은 곳은 단연 외교부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리 총리의 방한에도 동행했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리 총리를 보좌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맞춰 방북한 류윈산 (劉雲山) 상무위원의 방북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이 부장은 아시아 외교에 정통한 인물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주일대사를 역임했고, 이후에는 대만판공실 주임으로 활동하다가 2013년 외교부장으로 승진했다. 왕 부장은 이번 방한 기간동안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2015~2016 교류협력계획 인문교류공동위원회 미래발전계획에 서명했다.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창장(長江)경제벨트, 징진지(京津冀)통합프로젝트 등 대형 국책사업을 총괄한다. 발개위는 이 밖에도 물가, 외자기업, 통화정책 등에도 관여하는 중국 거시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쉬 주임은 1980년대 초반 국무원 지질광업부에 근무하면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와 인연을 맺었다. 원 전 총리는 쉬사오스의 지질광업부 직장상사였다. 이후 원자바오와 30년여동안 가깝게 지내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2000년부터는 국무원 부비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국무원 판공청에서 원자바오 총리를 수행했다. 2007년 국토자원부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 훨씬 권한이 막강한 발전개혁위원회 주임으로 이동했다. 쉬 주임은 이번 방한기간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또한 제3국시장 협력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과학분야 교수출신 완강 천지닝

완강 과기부장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혁신창업협력에 대한 MOU에 서명했다. 27억달러(3조원) 규모의 중국 로봇시장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협력 방안에도 합의를 이뤘다. 완강 부장은 중국의 한 소수당파인 치공당의 주석이다. 엔지니어출신으로 독일의 자동차기업인 아우디의 기술개발부 연구원으로 10년여간 재직한 바 있다. 이후 고국에 돌아와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학 신에너지자동차연구센터 주임을 역임했다. 퉁지대학 교장(총장)까지 올라간 후 2007년 국무원 과기부장에 임명돼 전기차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과기부장에 2연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천지닝 환경부장은 윤성규 환경부장관과 환경대기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대기질 정보와 중국 35개 도시의 실시간 대기질 측정자료와 40개 지방도시의 황사 발생 시 측정자료가 공유된다.

1964년생으로 국무원 부장 중 가장 어린 천 부장은 1981년 칭화대학 토목환경공정과에 입학한 후 동대학 석사를 밟았다. 1988년부터 10년간 영국의 브루넬대학, 임페리얼 칼리지 등에서 공부한 후 임페리얼 칼리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모교로 돌아와 강단에 선 그는 2012년 48세의 나이에 67세의 전임 총장을 대신해 칭화대 총장에 올랐다. 올해 1월 중국내 스모그 퇴치와 환경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환경부장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왼쪽 앞부터 샤오제 국무원 부비서장, 가오후청 상무부장,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 왕이 외교부장, 리커창 총리, 통역, 완강 과기부장, 천지닝 환경부장,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금융통, 러우지웨이 저우샤오촨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은 자타공히 중국의 대표적인 금융통이다. 이번 방한기간 동안 여러가지 금융분야 협력이 이뤄진 것은 러우 부장의 공이 크다. 우선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원·위안화 직거래가 이뤄지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미국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화와 위안화를 바꿀 수 있게 된다.

러우 부장은 칭화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1998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재정부 부부장에 올랐다. 이후 2007년 중국의 외환보유고 운용을 담당하는 중국투자공사(CIC)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3년 재정부장에 임명됐다. 국무원연구실 재정금융팀에서 근무했던 1988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눈에 들며 승진가도를 달렸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중 양국간 현재 800억위안 규모인 ROFⅡ(투자한도)를 1200억위안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미스터 런민비라는 별명으로 국제적 지명도를 갖추고 있는 인물로, 과거 주룽지 전 총리가 발탁했던 금융전문가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칭화대 박사과정을 밟을 때 그가 교수였던 인연도 있다. 2002년부터 인민은행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는 중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겸임하고 있다.

◆FTA 가오후청, 리 총리 그림자 샤오제

가오후청 상무부장은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경제무역발전 공동계획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투자협력기금공동연구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가오 부장은 프랑스어를 전공한 후 콩고에서 유학했다. 콩고대사관 상무처에서 일하다가 중국기계수출입총공사로 자리를 옮겨 무역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2003년 상무부 부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상무부장에 올랐다. 중국의 FTA전략 등을 총괄한다.

샤오제 국무원 부비서장은 거의 매번 리 총리를 동행해 해외순방에 나서는 인물이다. 샤오 부비서장은 장관급 인사로 국무원 각부를 조율하고 국무원 주요인사 비서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양징(楊晶) 국무원 비서장(국무위원)에 이어 국무원 판공청의 2인자다. 그는 재정부에서 장기간 근무했으며 국가세무국장을 역임한 후 2013년 국무원 판공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 1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중이다. 왼쪽부터 샤오제 부비서장, 가오후청 상무부장,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쉬사오스 발개위 주임, 통역, 리커창 총리, 왕이 외교부장, 완강 과기부장, 천지닝 환경부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사진=연합뉴스]



◆공상총국, 질검총국, 해관총서도 동행

장관급인 장마오(張茅) 공상총국 국장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소비자보호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위생부에서 오랜기간 근무했었던 장마오는 혁명원로 구무(谷牧)의 사위다. 구무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정치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즈수핑(支樹平) 질검총국 국장(장관급)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삼계탕 수의 위생 및 검역검사약정과 수입수출용 쌀의 검역검사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과는 활수생동물 검사검역 약정서에 서명했다. 즈 국장은 삼계탕과 한국산 쌀의 대중국 수출 물꼬를 튼 인물이다. 위광저우(于廣洲) 해관총서 서장(장관급)은 김낙회 관세청장과 자유무역협정 이행협력 약정과 수출입업체 공인제도 상호인정 약정 결정안에 서명했다.

◆리 총리 방한단 규모 100명선

이 밖에도 차관급인 리진자오(李金早) 여유국장과 장젠룽(张建龙) 임업국장도 이번 방한을 함께 했다. 리 국장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지난 31일 '한·중 관광장관 회담'을 열어 양국 관광시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장젠룽 임업국장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판다 보호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판다 도입은 삼성물산(에버랜드)이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6년 초 중국으로부터 판다 암수 1쌍을 제공 받게 될 예정이다.

이번에 리총리가 이끄는 해외방문단 규모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서는 신문사(司)와 의전사의 부사장급 이상 관료가 각 팀을 이끌고 해외출장에 나섰고, 발개위와 상무부 등의 부처에서도 장관의 보좌팀들이 함께 동행했다. 인민일보, 신화사, CCTV 등 주요매체로 구성된 20여명의 기자단도 방문 일정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