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정연설, 與 "간절한 호소" 野 "반성없이 남탓만"

2015-10-27 16:55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었던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냉각된 여야 관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15분간 지연됐다. 시작 전부터 여야 의원들 간 신경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국정 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구호가 적힌 인쇄물을 본회의장 의석의 컴퓨터 모니터 뒤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의 품격을 지켜달라"며 인쇄물 제거를 요구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예의를 지키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정의당은 아예 시정연설 참석을 보이콧했다.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 김제남·서기호 의원은 '대통령님 국사(國史)보다 국사(國事)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면에서 우리가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나라 미래는 발전이 없다는 중요한 내용들이어서 공감하고, 꼭 실현될 수 있도록 당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이장우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일해달라'는 국회에 대한 간절한 호소"라고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무능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나 성찰이 없었다"면서 "그저 상황 탓, 남탓(만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 역시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경제정책이란 무엇인지, 현재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을 벗어나서 아주 자기중심적 생각만 말씀하시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깨진 술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낸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오점을 남긴 연설"이라며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