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대표 "질병 위협서 인류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메르스백신 개발"

2015-10-28 08:30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두려운 것처럼 잘 모르는 질병이 더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에서 인류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개발에 나섰죠."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메르스 예방백신 개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 16일 메르스 백신 가운데 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FDA)에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마쳤다.

메르스는 지난 5월 국내에 첫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전 세계적으로 낯선 질환인 데다 예방백신와 치료제도 없어 환자가 속수무책으로 늘었다. 감염자 186명 가운데 3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 정부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진원생명과학은 국내 발생 이전부터 메르스 예방백신 개발에 나섰다. 메르스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국가 간 이동이 잦은 현대사회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1970년대초 처음 등장한 에볼라가 지금까지도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처럼 감염병은 '공식 종식' 이후에도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진원생명과학의 메르스 백신은 유전자인 'DNA(데옥시리보핵산)'를 이용한 것이다. 감염병 예방·치료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DNA 조각을 넣어 만든다. 유정란이나 세포배양 백신보다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다.

박 대표는 "DNA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 생산기간, 보관 조건, 비용면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에볼라·메르스·말라리아 등의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의 백신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DNA 백신이 상용화되면 중동과 미국에서 우선 판매할 계획이다. 현지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군사적인 이유로 메르스 백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치명률이 높은 메르스 바이러스를 생물테러에 사용할 수 있어서다.

박 대표는 "감염병 백신은 질환 예방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고 국내·외 우수기관이 공조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