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 빠진 ‘한일재계회의’···한국기업, 일본은 무관심?
2015-10-26 14:3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안에 양국간 정상회담이 마련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재계회의가 개최됐으나 한국 측 참석자들의 중량감이 일본 측에 비해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롄 주최로 26일 오전 일본 도쿄 게이단롄 회관에서 열린 ‘제25회 한일재계회의’를, 이어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회의를 관전한 재계 관계자들은 한국 측 참석자의 면면이 지난해 회의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리 측 참석자 수는 전경련 측 인사를 포함 총 16명으로 지난해 23명보다 7명 줄었다. 반면 일본 측 인사는 22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재계 4대 그룹중 오너 회장 참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에는 강호문 당시 부회장이 나왔으나 올해는 박상진 사장이 나왔으며, 정진행 사장이 참석했던 현대자동차와 문종훈 사장이 대표로 나왔던 SK, 이희범 LG상사 고문이 참석했던 LG그룹은 이번 회의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재계 5위 신동빈 회장이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일본 측에서는 22명의 참석자중 회장이 12명으로 지난해(11명)에 비해 한 명이 늘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도레이·게이단렌)·오키타 히토시(아사히그룹홀딩스)·우치야마타 다케시(도요타자동차)·나카니시 히로야키(히타치 제작소)·기무라 야스시(JX홀딩스)·고가 노부유키(노무라증권)·이이지마 마사미(미쓰이물산) 회장 등 8명은 지난해 회의 때 한국을 방문했으며, 이와사 히로미치(미쓰이부동산)·이토 마사토시(아지노모토)·오카모토 츠요시(도쿄가스)·야마우치 다카시(타이세이 건설) 회장 등 4명이 새로 참석했다.
한국 경제계 인사들이 한일재계회의를 위해 일본을 건너간 것은 지난 2007년 11월 13일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23회 회의가 개최된 후 8년 만이다. 역사적·정치적으로 갈등이 지속되며 교류를 이어가지 못했던 양국 재계 단체간 교류는 지난해 한국에서 제24회 회의를 개최하며 관계 복원의 활로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관계 회복의 상징인 양국 국정통치권자간 회담이 미뤄지면서 경제계 차원의 협력도 한계에 부딪쳤다. 그동안 재계 총수들의 참가는 거의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국 재계를 상징하는 인사가 참석해 분위기를 조성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및 회의에 불참한 그룹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최고경영진들의 개별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실권자와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는 기존 일정을 뒤로하고 면담을 갖던 총수들이 일본측과의 만남에서는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경제계와의 협력관계도 과거에 비해 상당 수준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의 경제적 협력의 중요성이 중국에 비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 기업과의 관계를 외면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여전히 양국 경제계는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할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양국 경제계는 한·일·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 개최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큰 환영의 뜻을 표하고 향후 양국 정치·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경제계가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청년인재교류, 제3국 공동진출 지원 시스템 구축, 통화스와프 재개 등 다양한 양국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