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1차 이산가족 이별상봉…하늘마저 울었다
2015-10-22 16:50
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오빠, 어떡해… 어떡해…".
하늘도 울고 누이도 울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가족들은 기약 없는 생이별을 앞두고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만 흘렸다.
북측 최고령자인 리흥종(88) 할아버지의 동생 이흥옥(80) 할머니는 오빠의 손을 꼭 잡고 "오빠, 어떡해…" 만 연신 되뇌었다.
리 씨는 남측 가족들이 가져온 선물이 너무 많다고, 이렇게 선물을 주고도 형편이 괜찮은지 걱정했다.
손수건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던 딸은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어요" 라며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헤어져 살아야만 했던 아내와 남편은 또 한번 긴 이별의 순간을 맞아야만 했다.
남측 가족 이순규(85)씨는 남편 오인세(83)씨가 상봉장 자리에 앉자 마자 넥타이를 매만져 주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 씨는 그런 아내에게 "지하공간에서 또 만나..."라고 하자 남에서 온 며느리 이옥란(64)씨는 "그러니까 오늘까지 혼자 계셨죠 아버님..."하고 답했다.
오 씨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며 울먹였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 이 씨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 라고 당부했다.
'작별상봉'이 끝나기 10분 전, 상봉 종료를 예고하는 방송에 이어 상봉장에 울려 퍼지던 노래 '고향의 봄'이 '다시 만납시다'로 바뀌었다. 예정된 이별에 먹먹하고 초조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북측 안내원들이 순회하며 북측 가족들이 탑승해야 할 차량 번호를 알려줬다.
11시30분. 이윽고 북측 가족의 퇴장이 시작됐다.
북측 리병학(82)씨의 남측 가족들은 리 씨에 절을 올렸다. 언제 다시 올릴 수 있을지 모를 절이었다.
북측 가족이 차량에 탑승하는 동안 남측 가족들은 가족들의 떠나는 모습을 단 1초라도 더 보고자 로비의 문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차량이 면회소 앞에 잠시 정차하자 남측 가족이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오빠의 모습에 버스를 빙글빙글 돌며 "오빠 어디 갔어"라고 울부짖는 할머니도 있었다.
북측 관계자의 만류에도 북측 가족들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남측 가족들을 연신 불렀다.
가까스로 열린 차창으로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며 어떻게든 가족의 온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그렇게 이들의 60여년 간 기다린 끝에 성사된 짧은 만남은 끝났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렸고 금강산은 2차 상봉단을 기다리는 모습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