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클래식] 글렌 굴드는 주식 투자의 고수였다

2015-10-19 22:39

글렌 굴드[사진=다큐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단상’ 캡처]

피아노음악을 사랑하는 음악매니아들 사이에서 글렌 굴드(Glenn Gould)는 특별한 존재다. 평생 J.S.바흐작품에 천착했고 남다른 해석, 그리고 무더운 여름에도 외투를 입었으며 상대와 악수를 하기 싫어해 여름에도 털장갑을 끼고 다니는 등 각종 기인적인 행동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사실은 그가 당대의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고수였다는 것이다.

글렌 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지난 93년에 공개된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단상’, 원제는 ‘Thirty Two Short Films About Glenn Gould’가 그것이다. 이 영화엔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굴드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굴드의 주식투자 관련 스토리다.

실제 이 다큐엔 그가 주식에 열을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에 몰입할 때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집중력도 대단하다. 오랫동안 주식을 해오다보니 지인들에게 자문까지 해줄 정도다. 영화를 보면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종목을 투자해야 이익을 낼지 자문을 구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느 날 굴드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굴드에게 다가와 좋은 주식 좀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굴드가 종업원에게 추천한 종목은 얼마 후 다우지수가 폭락하는 데에도 계속 상종가를 쳤다. 이 종목은 ‘소텍스’라는 자원개발 중소형주였다.

만 5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평생 음악에만 빠진 채 은둔자적 삶을 지향했던 굴드가 이처럼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의 한 방식인 주식투자의 고수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화연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