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는 스폰서와 고객을 잇는 ‘커뮤니케이션 툴’이죠”
2015-10-19 14:34
박 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디렉터, “투자한 비용 대비 효과 대만족”…“美LPGA투어 ‘제6의 메이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
골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출전선수들의 출중한 기량 외에도 타이틀스폰서·골프장·갤러리의 협조가 긴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그저그런 대회’라는 평가를 듣는다.
18일 스카이72GC에서 끝난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올해 미국LPGA투어 31개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 열린 대회다. 미국·한국 LPGA투어의 톱랭커 78명이 출전해 진기록을 냈고 역전으로 챔피언이 결정됐다.
나흘간의 명승부 뒤에는 타이틀스폰서인 KEB 하나은행의 박 폴(47) 토너먼트 디렉터가 있다. 2007년 하나은행 스포츠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그는 9년째 이 대회에 관여하고 있다.
“토너먼트 디렉터는 주최측인 타이틀스폰서를 대표해 주관기관인 미LPGA, 골프장, 대행사, 서브 스폰서 등과 협조해 대회가 원활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운영을 총괄합니다. 흥행에도 신경써야하지요. 요컨대 ‘골프대회에서 나올 수 있는 10만가지의 시뮬레이션을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가는 직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고교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한국 골프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 코오롱에서 ‘데이비드 레더베터 골프아카데미’를 세울 때 스카우트 돼 골프대회와 인연을 맺었다. 한때 코오롱이 주최한 이 대회까지 포함하면 올해로 10년째 세계적인 대회의 막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랭킹 ‘톱10’ 중 아홉 명, ‘톱20’ 가운데 열 여덟 명이 출전하는 등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필드를 자랑했다.박 디렉터는 “공항에서 가까운데다 음식·의료·기타 서비스 등에서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올해는 ‘플레이어스 라운지’에 네일 코너까지 둘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선호하는 대회가 됐고, 선수들은 시즌초 스케줄을 짤 때 우리대회를 ‘반드시 가야 하는 대회’로 넣는다. ‘선수들을 위한 대회’를 표방하니 톱랭커 대부분이 출전하는 대회로 자리잡았다.”고 그 이유를 풀이한다.
다른 타이틀스폰서가 주최한 것까지 포함할 경우 이 대회는 14년 역사를 지닌다. 더 큰 ‘목표’가 있을 법하다.
“미LPGA투어는 이미 5개의 메이저대회가 있기 때문에 이 대회를 메이저로 추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미PGA투어에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제5의 메이저’라고 부르듯이 우리 대회를 미LPGA투어의 ‘제6의 메이저대회’로 일컫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메이저급 대회’를 지향합니다.”
올해 대회에는 5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이 대회장을 찾았다. 관전 문화는 향상됐으나 미흡한 부분도 있다. 박 디렉터는 “올해는 갤러리들이 젊어지고 커플·가족끼리 온 경우가 많았다. 직전 주에 열린 프레지던츠컵의 영향으로 유료화에 도움을 받았으나 아직 ‘공짜 입장권’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해 선수들의 리듬을 깨는 일이 있었던 점은 고쳐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 대회를 위해 미LPGA투어 경기위원 네 명이 일주일전 입국해 코스 셋업을 했다. 박 디렉터는 “그들은 그린스피드를 스팀프미터 기준 3.2∼3.4m로 요구했다. 갤러리 스탠드, 로핑, 전광판, 티잉그라운드 등의 위치도 그들이 정해준다. ‘드라이빙 레인지는 코스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연습용 볼도 ‘3피스의 공인된 새 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귀띔했다.
골프대회 타이틀스폰서는 거액을 들이는만큼 효과도 기대한다. 박 디렉터는 “대회에 들어간 비용은 프레지던츠컵의 3분의 1수준”이라며 구체적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골프대회 개최를 통해 새 브랜드를 알리고 주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투입한 비용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지요. 골프대회는 우리와 고객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툴(tool)로 자리잡았습니다.”
박 디렉터는 대회 정산을 한 후 곧바로 내년 대회 준비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