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돌연변이’ 진짜 이상한 것은 누구입니까?

2015-10-19 11:50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대한민국에 ‘생선인간’이 나타났다. 기괴한 생명체의 등장보다 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의 기괴한 반응이다. 충격과 동정,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었던 생선인간 박구만이 ‘돌연변이’였을까?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영화사 우상)는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주인공 박구(이광수 분)를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박구의 썸녀 주진(박보영 분)은 가까스로 제약회사에서 탈출한 그를 다시 제약회사로 팔아치운다. 이후 주진은 생선인간이 된 구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떠들지만 네티즌들은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던 기자 지망생 상원(이천희 분)은 어느 날 면접에서 ‘생선녀 사건’의 전말을 취재해오면 정직원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말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주진을 찾아간다. 주진은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망설이는 상원을 끌고 제약회사로 잠입하고 무자비하게 실험 당하던 박구를 구해온다

돌연변이 박구의 등장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고 대중들은 그를 향한 충격과 동정, 애정과 혐오 등의 감정을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박구는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겨지며 ‘생선인간 신드롬’까지 만들어내지만 제약회사의 음모로 ‘스타’에서 순식간에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만다.

영화는 생선인간 박구로 하여금 청년실업, 언론의 왜곡보도와 편견, 폭력적인 사회현상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마음을 바꾸는 대중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특히 몇몇 사회현상을 떠올리게 하는 언론매체와 제약회사의 횡포,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모습은 웃음 뒤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눈여겨 볼 것은 사회현상과 드라마를 대하는 ‘돌연변이’의 태도다. 영화는 시종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고 담담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는 ‘돌연변이’가 되어가는 대중들과 언론, 돈에 눈이 먼 이들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며 그들을 더욱 기괴하게 표현하는 것에 일조한다.

청년세대를 연기한 이천희, 이광수, 박보영의 연기 또한 흥미로운 부분. 이광수는 탈 무게 8kg, 분장시간 최대 6시간에 달하는 캐릭터 분장을 소화했으며 박보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까칠하고 저돌적인 주진을 또 이천희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원을 통해 현세대의 아픔과 공격성, 무기력한 모습을 표현해냈다.

“황당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위 박구라는 더 황당한 캐릭터를 던져 놓고 생선으로 변해가는 돌연변이 보다 더 이상하게 변해가는 ‘돌연변이들’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또한, 그 안에서 욕망에 눈이 멀었던 우리가 외면해버린 진실과 만나고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희망에 대해 모색해보고 싶었다”는 권오광 감독의 말처럼 ‘돌연변이’는 막막한 현실에서도 일말의 희망이 있음을 전한다. 그리고 권오광 감독의 태도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냉소에도 불구, 따듯한 감성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매끄럽지 않더라도 강력한 한 방을 가진 ‘돌연변이’는 10월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