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FTA 피해업종 지원 국고재정으로···무역이득공유제 입법화 신중해야”

2015-10-19 11:00

[자료= 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연계한 정치권의 농어민 피해보전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기 추진한 FTA에서는 농축수산물 업종의 피해가 예상만큼 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이득공유제’란 FTA 이행으로 이익이 발생한 산업 또는 집단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하여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2년 홍문표·황영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법률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그해 9월 국회 농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뒤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제계는 당초 우려한 것과 달리 FTA 발효후 농축수산물 업종의 무역수지는 악화가 아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수혜업종은 오히려 악화돼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FTA 수혜이익의 일부를 모아 이를 재원으로 취약업종에 지원하는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 입법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미 FTA(2012년 3월 발효), 한-유럽연합(EU) FTA(2011년 7월 발효) 발효 이후 대표적 FTA 수혜·피해 업종으로 지적되고 있는 자동차, 기계, 농축수산물 교역구조 변화를 분석해 19일 발표한 ‘무역이득공유제 논란과 바람직한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결과, 한-미 FTA의 경우 2011~2014년 기간 동안 자동차 무역수지는 2011년 85억6000만달러 흑자에서 2014년 140억3000만달러 흑자로, 기계는 같은 기간 17억2000만달러 흑자에서 23억6000만달러를 기록,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은 2011년 67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2014년 68억9000만달러 적자로 미국과의 FTA로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축산물을 제외하고 대미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EU FTA 경우는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동차·기계·농축수산물 모두 무역수지가 악화되었다.

자동차는 2011년 25억9000만달러 흑자에서 2014년 11억 달러 적자로, 같은 기간 기계는 37억7000만달러 적자에서 4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은 24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29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전체적으로 EU·미국 FTA 발효 후 농축수산물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EU 축산물 수출은 하락(-25%)했으나, 축산물을 제외한 모든 품목, 농산물(54.5% 증가), 임산물(22.6%), 수산물(31.3%) 등의 대 EU·미 수출은 증가했다.

대미 수출도 농산물(37.6%), 축산물(33.0%), 임산물(44.2%), 수산물(20.1%) 모두 두자리 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EU, 미국과의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로 수입 소형차 휘발유의 경우 배기량별 2014년 수입단가는 2011년 대비 11% 인하(2011년 2만1487달러 → 14년 1만9191달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승용차 대당 판매가는 2011년 3만1675 달러에서 2014년 3만1144 달러로 소폭(1.6%) 인하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했다. 일본 브랜드를 비롯한 미국산 자동차는 한-미 FTA 발효 후 즉시 관세가 인하(8% → 4%)되어 수입규모가 3년 사이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추가로 관세가 인하될 예정이라 소비자 후생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경련은 산업별 이득·피해 산출이 어려워 개별기업 이익에서 FTA 이익만을 따로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무역이익은 관세인하, 연구개발(R&D), 경영혁신, 비용절감,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등 내적 동기와 경기, 시황, 환율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므로 FTA 순이익 기여도를 별도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산업 내에서도 다루는 품목 또는 FTA 활용 여부에 따라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과 보지 않는 기업이 혼재하고 있어 특정산업이 FTA 이익산업이라고 특정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FTA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기업의 이윤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 혁신동기와 FTA 활용유인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중소기업의 경우 FTA 활용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FTA를 통해 기업의 이익이 확대되면 세금 납부액 역시 자동 증가하고, EU가 회원국 기여금과 EU 전통재원으로 조성된 공동기금으로 무역피해업종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농어업인 피해대책은 원칙적으로 조세수입 확대를 통해 마련된 재정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엄 본부장은 “현재 제로섬 방식 무역이득공유제 논의에서 벗어나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전후해 민관 합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농업경쟁력 강화, 수출산업화 국가전략을 마련한 것처럼 우리도 근본적 농업경쟁력 강화대책을 지속적으로 수립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