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전쟁에 갇힌 여의도, ‘예산·법안’ 먹구름…갈 길 잃은 民生
2015-10-18 16:2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예산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가른 국정화 논란이 정기국회의 '메가톤급' 이슈로 격상되며 이번주 본격 가동하는 정기국회 내내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정화 추진을 둘러싼 '분열적 사고'와 '대결적 행위'를 일삼는 구태정치를 해소하지 않은 채 정기국회에 가속페달을 밟을 경우 정치권 전반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案 전체 변수로 확산
새정치연합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정 교과서 예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액 삭감'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야권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연예산'(배정된 예산 중 남겨둔 예산)의 삭감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야권의 국정화 예산 전액 삭감에 대비해 '예비비'(예측하기 어려운 세출예산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예산에 계상되는 비용)를 이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비는 국가재정법(51조) 상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리하고,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승인→차기 국회 승인' 등의 과정을 거친다. '우회 통로'로 이용하기가 수월한 셈이다.
◆'노동개혁·경제활성화법·재정건전성' 화약고
문제는 이 경우 예산안 싸움이 '내년도 예산안 자체'에 대한 공방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규모는 386조7000억원이다. 올해 예산 대비 증가율이 11조3000억원(3%)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재정건전성 확보방안인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적자국채 발행규모의 적정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개혁 5대 입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도 골칫거리다. 야권이 재벌 편법상속 문제 개선 등 재벌개혁 5대 입법과제로 맞불을 놓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법 등의 처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협의체 가동도 불투명하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법안 처리와 국가의 살림살이인 예산안 심사에 역사교과서를 연계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박수현 대변인은 "이번 예산안 심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실패를 바로잡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편 국회는 19일부터 상임위별 2016년 예산안 예비심사에 돌입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6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28∼30일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한 뒤 다음달 4일 예산안 증·감액 심사를 위한 예산소위를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