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준비 중인 중국 해운·항공업...'안갯속 표류'하는 한국
2015-10-15 17:06
아주경제 배상희·이소현 기자 = 중국이 합병을 통한 초대형 기업의 탄생을 예고하며 해운업과 항공업 '굴기(倔起·일으켜 세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몸집불리기가 아닌 경쟁력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출사표적 의미를 지닌다.
현재 중국은 전반적 경기 불황 속 파이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해운·항공시장을 순항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안개 속에서 불황의 시기를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불황에 빠진 산업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 기조 하에 정책 및 재정 지원에 적극 나서는 동안, 가만히 손만 놓고 있는 한국의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몇 달 전 전 세계 해운업계를 긴장시킨 중국 양대 국유 해운사의 합병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해운업계 6위와 7위를 자랑하는 중국 차이나오션시핑(COSCO)그룹과 차이나시핑그룹이 최근 합병과 관련해 진전된 협상을 진행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기업가치가 150억~2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4위 해운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코스코와 차이나시핑그룹이 운영하는 컨테이너선은 각각 175척과 156척으로 이는 전세계 컨테이너선의 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양사는 핵심분야인 컨테이너선 사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코스코와 차이나시핑그룹이 태평양 노선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각각 155억 위안, 95억 위안이고 아시아~유럽노선에서는 120억 위안, 90억 위안의 수익을 거뒀다. 두 그룹의 합병은 컨테이너선 부문이 핵심이 될 전망이나, 탱커나 터미널 관리 분야도 합병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국과 달리 한국 기업은 장기 불황 속 극심한 수급불균형, 글로벌 대형 선사의 초대형 선박투입, 선복량 과잉공급 등에 의한 저운임 현상, 중소 선사의 시장퇴출 가능성 등 여전히 많은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양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속해서 비수익 노선 철수, 일부 사업부문 매각, 원가절감, 노선개편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한진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와 드라이벌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치라인해운(H라인해운) 지분 22.2%를 추가 매각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산에 있는 터미널운영 자회사 한진해운신항만의 지분 50%를 (주)한진에 모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상선 또한 벌크 전용선 부문 매각, 해외 터미널 등의 유동화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금주 뉴스레터를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컨테이너선의 덫'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초대형 선박은 앞으로 두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적 분야나 이 또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 중국 '항공굴기'...정부의 주도적 지원 절실한 한국
중국 항공업계에서도 공룡 기업의 탄생이 예고됐다. 중국 최대 항공 관련 제조업체인 중국항공공업그룹(中航工業) 산하의 중항동력(中航動力), 성발과기(成發科技), 중항동공(中航動控) 등 3개 업체가 통합 분리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품질과 안전성에서 의구심을 사던 중국의 항공 산업은 미국과 유럽에 이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항공시장의 성장에는 자국 내 수요 충족과 국유기업이 중심이 돼 강력한 항공 산업 육성을 시키고자하는 중국정부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까지 공세하게 되면서 중국 항공산업은 그야말로 세계 시장 점유율 확보에 있어 큰 추진력을 얻게됐다.
많은 수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국내선보다 국제선 여객수송량이 10배 이상 많다. 충분한 수요를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에 이어 민간 완제기 개발과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2008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중국 상용기 유한책임공사(COMAC)는 자체기술로 개발한 야심작 C919를 선보였다.
반면,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국외 수요를 전제로 부품, 소재 공급과 국제 공동 개발을 통해 민간 항공기 일부 개발에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민간 완제기 제작을 하고 싶어도 단일 기업이 부담해야할 리스크가 크다. 항공 산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정부 중심의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영국, 일본도 정부 수요 의존도가 50%에 달하고, 중국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정책 하에 충분한 내수를 기반으로 면허생산에서 독자개발 단계로 발전 했다”며 “산업육성을 위해서 국내외 판로개척 확보와 대규모 투자 등 정부가 주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는 항공산업에 4600억원을 투자해 2020년에는 G7에 진입하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수출을 목적으로 한 신형 항공기 개발에 46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군과의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판로개척에 있어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경우 1조3000억원을 들여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했지만, 국내에서 사서 쓰겠다고 하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 파생형으로 산림청용, 소방청용으로 따로 시제품을 만들어서 마케팅하기에는 개발비 등 기업이 안아야할 부담요소가 크다”며 “강제할 수는 없지만 국산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산을 사들이는 모양새는 수리온의 해외 판로개척에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