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특종’, 관객 마음 쥐락펴락…흥행요소 두루 갖춘 웰메이드

2015-10-12 11:12

[사진=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제작 우주필름·뱅가드스튜디오)는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웰메이드 작품이다. 2년전 ‘연애의 온도’로 사내비밀연애커플의 심리를 매우 잘 묘사했던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특종: 량첸살인기’(이하 특종)는, 광고주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방송사 CNBS로부터 해고를 당한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복직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던 중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는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접목한 영화다.

임신한 아내 수진(이하나 분)으로부터 이혼합의서까지 받은 상황에서 터진 설상가상, 첩첩산중, 화불단행. 허무혁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얼마 전 받은 제보전화를 떠올렸다. 최근 날카로운 흉기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고, 한 여성이 전화로 “내 옆집에 연쇄살인마가 살고 있다”고 제보한 것.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여성이 불러준 주소로 향한 허무혁은 살인 현장에서 자주 목격된 빨간색 차량을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 제보한 여성은 불법 체류자 클라라(에록 프랏티위)였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어 허무혁에게 제보를 한 것.

“지금 집에 아무도 없다. 고향인 광주에 간 것으로 안다”는 클라라의 말을 믿고 가리킨 집으로 들어간 허무혁. 허무혁은 그곳에서 연쇄살인과 관련해 스크랩된 기사들, 각종 마네킹과 공구 등 기괴스러운 집안 풍경을 보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그러다 허무혁의 눈에 들어온 한 메모지는 그 집이 살인마의 집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 여자를 찔렀을 때 그 기분을 누가 알까. 그리고 내 손 위로 흐르는 뜨거운 피, 살려달라는 속삭임. 마지막 숨결. 잊을 수 없다”는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움직이던 중 붉은 피를 발견하고 소스라쳐 뛰쳐나온 허무혁은 클라라에게 돈을 쥐어주며 “친구 집이나 여관에 가 있어라”고 말한 뒤 경찰에 신고를 했다.
 

[사진=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스틸컷]

집으로 돌아와 YTN을 틀었지만 ‘오늘 날씨’와 같은 작은 기사들만 나오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무혁은 평소 알고 지내던 마포지구 강력팀에 전화를 걸자 형사가 광주에 내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특종이라고 확신, 신고를 하는 대신 연쇄살인범의 자필 메모를 골자로 한 기사계획서를 CNBS 유팀장(태인호 분)에 제출했다. 기사를 전달받은 백전노장 백국장(이미숙 분)은 “아주 섹시한 기사가 될거야”라면서 아침 첫 방송 톱 헤드라인으로 걸 것을 지시한다. 허무혁을 해고했던 문이사(김의성 분)는 “이 놈 ‘왕건’이 건졌네”라며 인정했다.

방송 이후 케이블 채널이었던 CNBS의 시청률이 5% 가까이 치솟으면서 백국장은 허무혁에게 후속기사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열심히 범인을 쫓던 오반장(배성우 분)은 기사를 보고 CNBS를 찾아와 증거, 제보자를 내 놓으라고 다그쳤다. ‘취재원 보호의 의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백국장은 “메모지를 넘길 테니 경찰 공식 브리핑 전에 우리 방송사가 먼저 보도를 할 수 있게 하자”고 딜을 걸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한 오반장은 메모지를 국과수에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특종을 계기로 무혁은 수진에게 재결합을 제안한다. 그러나 아직은 무혁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수진은 이를 거부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로 한다.

이후 허무혁은 다시 한 번 범인의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나오는 남성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그 놈이 지금 서울에 있다. 내가 쫓고 있다”고 말한 뒤 빨간색 차량의 뒤를 쫓는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남성을 쫓아 한 건물로 따라 들어간 허무혁은 ‘허무’와 함께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남성은 연극배우였고, 자필 메모라고 생각했던 글귀는 연극 ‘량첸살인기’의 한 대사였던 것. 연극은 중국 고전소설을 모티브로, 량첸대령이 9명을 살해하고 마지막에 자살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생일대의 특종이라고 생각했던 기사가 ‘오보’라고 판명이 난 순간이었다. 벼랑 끝에 선 허무혁은 백국장과 문이사를 따로 만나 후속기사는 어렵겠다고 말했다. 백국장과 문이사는 “이직 제안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면서 거액의 현금을 품에 찔러주면서 휴대폰을 뺏어 영상을 확인했다.

오해로 인해 아침 첫 뉴스로 두 번째 특종을 터트리게 된 허무혁은 내친김에 마지막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발견한 메모장과 똑같은 노트에 “이제 나를 찾지 마라. 제보자를 살해하고 나도 자살할 것이다”라고 써서 보도를 한 것.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범인은 허무혁의 기사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특종’은 텐션과 코믹 코드를 적절하게 분산했다.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후 ‘빵’ 터지는 웃음으로 인해 몰입도가 상당하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조정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허무혁 기자의 감정을 매끄럽게 표현했다. 액션도 깔끔했다. 조정석의 목소리는 방송기자 말투에 제격이었다.

이미숙은 방송국 보도국장을 기품 있게 연기했다. 강단 있는 백국장에 이미숙 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나질 않는다. 짧지만 굵다.

‘암살’ ‘오피스’ ‘스물’ ‘살인의뢰’ ‘자유의 언덕’ ‘소수의견’ ‘관상’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분명히 드러낸 김의성은 메소드 연기의 정석과도 같았다.

배성우는 웃음기를 뺀 연기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래도 간간히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베테랑’에서 보여준 코믹연기도 좋지만 ‘특종’에서 선보인 폭발하는 연기도 일품이다.

이하나, 김대명, 태인호, 김민재, 클라라를 연기한 에록 프랏티위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특종’을 완성했다.

현재 박스오피스는 ‘마션’이 점령했다. ‘특종’은 손현주, 배성우, 엄지원 주연의 ‘더 폰’과 같이 오는 22일 개봉된다. ‘마션’의 기세를 ‘특종’이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세 이상 관람가.

한편, ‘량첸살인기’라는 소설은 영화를 위해 허구로 만들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