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프레지던츠컵] [스루 더 그린] 필 미켈슨의 ‘원 볼 사용 조건’ 위반 전말은?

2015-10-10 00:57
9일 포볼 매치 도중 한 홀에서 ‘거리 늘리려’ 볼 바꿔…베테랑 골퍼에게 오점 남겨…경기위원회의 판정 오류도 ‘티’

 

필 미켈슨(왼쪽)이 대회 둘째날 포볼 매치를 마친 후 파트너 잭 존슨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미국팀은 미켈슨의 실수로 승점 1점을 손해봤다.                                                                     [사진=미국PGA투어 홈페이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2015프레지던츠컵은 연일 갤러리들로 성황을 이루고 화제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팀의 ‘베테랑’ 필 미켈슨은 비록 단장 추천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지만 첫날인 8일과 둘째날인 9일 연달아 벙커샷을 버디와 이글로 연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미켈슨은 그러나 둘째날 포볼 매치에서 그답지 않은 치명적 실수를 했다. 어이없는 골프규칙 위반으로 팀에게 돌아갈 승점 1을 앗아버리고 말았다.


◆경과

이날 인천 잭 니클라우스골프장에는 미켈슨을 비롯한 세계 톱랭커들을 보러온 갤러리들로 넘쳤다. 미켈슨은 전날처럼 잭 존슨과 짝을 이뤄 인터내셔널팀의 애덤 스콧·제이슨 데이(이상 호주)와 맞붙었다. 이날은 팀원 두 명이 각자 볼로 플레이해 좋은 스코어를 그 홀의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 매치였다.

두 팀은 6번홀까지 ‘올 스퀘어’(동점)였다.

미켈슨은 7번홀(파5)에서 1∼6번홀에서 쓰던 볼과는 다른 볼을 꺼내 티샷했다. 그는 “거리를 더 내보려고 그랬다”고 밝혔다. 같은 캘러웨이 볼이었으나 ‘모델’이 다른 볼이었다. 미켈슨은 캘러웨이의 ‘크롬 소프트’ 볼을 사용해왔다. 이날 7번홀에서 그가 갑자기 친 볼은 크롬 소프트보다 더 단단한 볼이었다고 한다.

미켈슨은 티샷을 한 후 미심쩍었던지, 곁에 있던 미국팀 단장 제이 하스에게 “다른 모델의 볼로 쳤는데 괜찮겠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스는 “원 볼 사용 조건 위반인데…”라고 대답했다. 미켈슨은 세컨드샷을 하기 직전 경기위원에게 이 얘기를 했고 경기위원은 미켈슨에게 그 홀 실격을 부과했다.

대부분 골프대회에서는 경기조건(부속규칙 Ⅰ-C) 중 하나로 ‘원 볼 사용 조건’을 제시한다. 이 대회에서도 포섬을 제외한 싱글·포볼 매치에서는 ‘플레이어는 한 라운드를 동일한 상표와 모델의 볼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이 조건이 적용됐다. 참고로 한 라운드에 타이틀리스트 ‘프로V1’과 ‘프로 V1x’를 병용해도 ‘원 볼 사용 조건’에 위배된다. 미켈슨의 경우도 당연히 위반이다.

미켈슨은 이 대회에는 그 로컬룰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으나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첫날 포섬 매치에서는 이 조건이 적용되지 않았으므로 포볼 매치에서도 그럴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또 포볼 매치인만큼 규칙을 위반해도 자신만 실격당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처리 및 결과

미켈슨은 분명히 ‘원 볼 사용 조건’을 위반했다. 매치플레이에서 이 조건을 위반할 경우 ‘위반이 발견된 홀을 끝마칠 시점에 위반이 있었던 각 홀에 대해 1개홀씩 빼서 매치의 상태를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빼는 홀수는 1라운드에 최고 2개홀까지로 한다’고 규정돼있다. 미켈슨은 7번홀 한 홀에서 위반했으므로 미국팀의 매치 상태에서 1개홀을 빼는 페널티를 받았다.

그 홀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데이의 버디로, 파에 그친 미국팀을 이겼다. 그에 덧붙여 미켈슨의 규칙 위반으로 1홀을 더 얻게(조정받게) 됐다.

미국팀은 그 ‘1홀 조정(페널티)’으로 인해 인터내셔널팀과 ‘비김’(halved)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 땐 양팀에 0.5점씩이 배정된다. 미켈슨의 페널티만 없었다면 미국팀은 1업(UP)으로 이겨서 승점 1점을 획득하고, 인터내셔널팀은 0점을 받을 판이었다.

결과적으로 미켈슨의 판단 잘못으로 미국팀은 1점 손해를 보고 말았다. 미국팀은 이날 1승1무3패의 열세를 보이며 2라운드합계 점수 5.5-4.5로 1점차 추격을 당하게 됐다.


◆경기위원회의 판정 오류

이 과정에서 경기위원회의 잘못이 드러났다.

미켈슨이 원 볼 사용 조건을 위반했어도 그 홀을 끝마치도록 하고, 끝마친 시점에 판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미켈슨이 세컨드샷을 하기 직전에 볼을 집어올리도록 했고, 그 홀의 나머지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끔 판정했다. 요컨대 미켈슨은 7번홀에서 홀아웃할 권리가 있었는데도 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기를 중단한 것이다. 미켈슨이 그 홀에서 끝까지 플레이해 이글을 기록했다면 미국팀이 승리할 수도 있지 않았던가.

경기위원회의 해명은 이렇다.

“미켈슨의 규정 위반이 처음 밝혀졌을 때, 현장 경기위원(워킹 레퍼리)이 경기위원회에 확인을 요청했고 경기위원회에서는 미켈슨이 바로 실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으로 인해 미켈슨은 그 자리에서 7번홀 경기를 계속하지 않고 중단했는데, 이는 경기위원회의 명백한 실수로 내린 결정이었다. 미켈슨이 7번홀에서 원 볼 사용 규정을 위반했어도 그 즉시 실격되는 것이 아니라, 7번홀 경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고 페널티는 그 이후에 주는 것이 정확한 조치였다. 몇 분 후 경기위원회가 실수를 깨닫게 됐을 때 이를 다시 현장 경기위원에게 전달했지만 이미 그 다음 선수가 플레이를 재개한 이후였고, 두 팀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논의 끝에 미켈슨의 경기를 그 자리에서 재개하도록 하지 않았다<골프규칙 재정 34-2/6>. 이에 경기위원회에서는 선수들이 8번홀에서 티샷할 때 원래의 정확한 규정(7번홀 경기를 마친 후에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이 맞는 결정이라는 사실)을 얘기해줬다. 그 이후에는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밝힌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PGA투어 뿐 아니라 유러피언투어  USGA   R&A  선샤인투어 아시안투어 호주PGA투어 일본골프협회 등 8개 투어 및 골프기구의 내로라하는 경기위원 15명이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위원회의 판정은 잘 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구 플레이와 ‘원 볼 사용 조건’ 위반

오구 플레이는 플레이 규칙이고,  ‘원 볼 사용 조건’은 경기조건(부속규칙 Ⅰ)다.

매치플레이에서 오구를 스트로크하면 그 홀의 패(敗)가 선언된다<규칙 15-3a>. 2명이 편을 이룬 포볼 매치라면 오구를 친 플레이어만 실격되고 그 파트너에게는 벌이 없다. 당사자에게만 불이익이 가해진다.

그 반면 원 볼 사용 조건 위반시에는 포볼 매치라도 ‘1홀의 상태 조정(페널티)’이 따른다. 이는 팀의 ‘1홀 패’를 의미하므로 적지않은 타격이다. 실수로 나올 수 있는 오구 플레이보다는 고의성이 개재될 수 있는 원 볼 사용 조건 위반에 더 큰 페널티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