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 더 그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첫날부터 단독선두 나선 후 줄곧 리드하고 우승할 때만 써야

2016-09-19 16:31
전인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남녀 메이저대회 18홀·72홀 최소타 모두 한국선수 보유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퍼트를 성공한 후 답례하고 있는 전인지. 전인지는 이 대회 우승으로 개인 역대 최고인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섰다.                      [사진=미국LPGA 제공]





전인지(하이트진로)가 미국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축하할 일이자, 한국여자골프의 또다른 쾌거다. 특히 올들어 이 대회 전까지 열린 4개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전인지의 우승은 더 값져보인다. 아시아에서 잇따라 열리게 될 미LPGA투어 대회와 일본여자오픈·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귀국을 앞두고 있던 터라 이번 우승은 선수 개인으로도 시의적절했다.

전인지가 기록한 21언더파는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72홀 최다언더파 신기록이다. 파71 코스이긴 했으나 263타도 메이저대회 72홀 최소타수다.

이번 대회 3,4라운드에서는 로컬룰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다. 비가 내려 코스가 축축했기 때문에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은 ‘집어올려 닦은 후 놓고’ 플레이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인플레이 볼을 집어든 것은 이 로컬룰 때문이었다.

미국골프협회(USGA)에서는 챔피언십대회에 이 로컬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볼은 있는 상태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이 골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위원회에서 정했다면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이 적용된 경기라 해도 스코어는 인정한다’는 것이 USGA의 입장이다.

따라서 전인지가 이 대회에서 기록한 21언더파와 263타는 메이저대회 새 기록으로 남게 된다.

전인지에 앞서 김효주(롯데)도 메이저대회 스코어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김효주는 버디만 10개 잡고 10언더파 61타를 쳤다. 61타는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18홀 최소타다.

한국선수들이 골프 남녀 메이저대회 18홀 및 72홀 최소타 기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전인지가 이 대회 1∼3라운드에서 기록한 19언더파는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54홀 최다언더파 타이다.

전인지는 이 대회 첫날 63타를 쳐 박성현(넵스)과 공동 1위를 했다. 그러고 나서 2라운드에서 2타차 단독선두로 나섰고,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2위를 각각 4타차로 따돌리고 우승까지 내달았다.

이를 두고 일부 매스컴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는 아니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경마에서 유래한 말로, ‘출발선(처음)부터 결승선(끝)까지’를 뜻한다. 따라서 그 뒤에 우승을 붙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1등을 지속한 끝에 달성한 우승’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프에서 이 말을 쓰려면 ‘첫날 단독선두로 나선 후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우승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인지의 경우 첫날엔 공동선두였으므로 이 말을 적용할 수 없다.

AP통신에서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란 말은 안썼다. 다만 “She led from start to finish.”라고 표현했다.

USGA가 주최하는 US오픈 역대 우승자 가운데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피언은 8명이다. 1914년 월터 헤이건이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고, 2014년 마르틴 카이머가 최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이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USGA는 혼란을 막기 위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옆에 괄호로 ‘No Ties’를 첨부해놓았다. 한 라운드라도 ‘공동 1위’가 되면 이 말을 쓸 수 없다는 뜻이다. USGA는 와이어 투어 와이어 우승과 구분하기 위해 한 라운드라도 공동 1위를 한 후 우승한 선수 목록에는 ‘Ties’라고 병기해놓았다.

유러피언투어도 최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자로 지난해 8월 ‘메이드 인 덴마크’에서 우승한 데이비드 호시를 들고 있다. 물론 이 투어도 괄호안에 ‘No Ties’를 덧붙였다.

‘와이어 투 와이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자’와 ‘스타트 투 피니시 우승자’는 구분해서 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