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 "범인 죗값 받아야"
2015-10-08 14:44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사건 발생 17년만에 다시 시작됐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패터슨 측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초록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나온 패터슨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입국당시와 동일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한 패터슨은 재판 중간중간 주변을 살폈다.
검사 측은 패터슨을 범인으로 기소하게 된 몇 가지 이유로, 당시 같은 현장에 있었던 에드워드 리 보다 많은 양의 혈흔이 옷에 묻은 점, 패터슨 친구들의 증언 등을 언급했다. 또 피해자보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에드워드 리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패터슨 측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패터슨이 자필로 쓴 의견서 일부를 인용하며 "에드워드 리는 항상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람보와 같은 터프가이 행세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원한관계나 목적성이 없기 때문에 (범인은) 마약을 하거나 미친 사람일 경우에 가능하다"며 "리는 마리화나를 했고 마약거래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저지른 직후 에드워드 리가 밖으로 나와서 친구들에게 웃으며 자신이 사람을 죽인 사실을 자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검찰이 패터슨을 살해범으로 지목한 이유 중 옷의 혈흔이 많은 점에 관해 오 변호사는 "당시 패터슨은 화이트칼라 옷을 입었고 리는 다크(어두운)한 옷을 입었다"며 "패터슨의 티셔츠는 사건 발생 이틀후에 압수됐지만 리의 옷은 새탁된 뒤 닷새뒤에 압수됐다"고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피해자 여자친구와 현장 목격자에 따르면 피해자의 배낭은 수사단계에서 등장하지도 않고 위치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화장실을 갈때는 배낭을 놓고 가는게 경험칙상 맞다며 피해자의 배낭을 끌어당겨 패터슨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쳤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건 정황 외에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 앞서 증거인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복역까지 마친 패터슨을 다시 재판에 세울 수 있느냐는 게 쟁점이었다. 이에 검찰 측은 앞서 리의 사건과 관련된 혐의 부분이 달라서 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진술기회를 받은 패터슨은 논란이 있었던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공소시효에 대해 간략히 확인만 하고 별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피해자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재판을 공정하게 잘봐서 범인을 꼭 밝혔으면 좋겠다"며 "패터슨이 범인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아들과 가족의 한을 풀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가 가방을 가지고 딴소리를 해서 속상한데 당시 아들은 소변이 마려워 가방도 못내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며 "자기 아들이 죽었어도 그렇게 변론을 하겠느냐"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당시 화장실에서 같이 있었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 1심에서 에드워드 리가 단독 살인범으로 몰렸다가 무죄를 받았다. 패터슨은 흉기소지 등 혐의로 실형을 받다가 1998년 사면돼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16년만에 패터슨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재판은 다시 시작됐다. 현재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은 서로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패터슨에 대한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은 22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