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서프라이즈한 ‘소통경영’ 눈길
2015-10-06 16:17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퇴근 무렵, 막걸리 한 잔하자는 최고경영자(CEO)의 휴대전화 문자 연락을 받고 서둘러 식당에 뛰어갔다.
참석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타 부서 사람 세 명과 최고경영자(CEO) 뿐. CEO가 무작위로 연락한 이들이었다. 한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막거리를 한 잔, 두 잔 마시며 회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덧 CEO와 직원이라는 관계도 무장해제된다. 자리가 끝날 무렵 CEO는 퀴즈를 낸 뒤 정답을 맞춘 직원에게 상품권을 선물했다.
CEO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다. 장 부회장의 ‘소통경영’의 핵심은 ‘서프라이즈(Surprise)’다. 늘 현장으로 가서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깜짝 이벤트로 직원들을 감동시킨다. 아버지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이 생전 공장에 갈 때마다 늘 양복 안주머니에 두둑한 현금을 갖고 가서 직원들에게 용돈으로 나눠줬다고 하는데, 장 부회장은 아버지의 이런 모습과 너무 똑같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본사 직원들과의 소통은 더욱 수시로 이뤄진다. 사무실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랜덤으로 점심 데이트를 요청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20여 차례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장 부회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우고, 동국제강 내부 소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려 즐거운 한때를 공유하고 있다.
장 부회장의 파격은 직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출입기자단이 유니온스틸 부산공장을 견학한 뒤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 넥타이가 잘 어울린다는 기자의 말에 곧바로 넥타이를 풀어 선물하는가 하면, 대외행사장에서는 자신을 어려워하는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의 경영철학은 올해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합병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춘 시무식부터 창립기념일 단체 영화관람 등 매번 새롭고 기발한 이벤트를 만들어 나간다. 특히 시무식, 창립기념식, 노조통합 등 굵직한 행사 때는 단 한 번도 준비된 인사말을 읽은 적이 없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진심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임직원과 함께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CEO는 직원들과 소통하며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의 로열티가 상승하고 회사에 대한 믿음도 높아진다. ‘CEO의 소통’은 직원들을 단합케 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윤활유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CEO의 작은 스킨십은 직원들의 마음과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장 부회장은 최근 임금 단체협약 행사 때 “직원들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지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닌 CEO의 ‘따뜻한 몸짓’이다”는 경영 윤리학자 스티브 해리슨의 말처럼, 장 부회장의 소통경영은 위기의 동국제강이 단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