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고서' 논란 한화증권 리서치 "독립성 훼손 없어"

2015-10-04 16:25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보고서를 비롯 한화증권 리서치에서 내는 보고서는 외부 압력이 아닌 자체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서치에서 내는 보고서는 자사 고객인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며 "내부적 결정에 따라 의견을 조율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는 지난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에 민감한 이슈였을 당시 무산 가능성을 높게 본 보고서를 두차례에 거쳐 내놨다. 또 공공기관서 벗어난 한국거래소가 상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다룬 보고서에서는 센터장이 직접 작성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통상 센터장은 자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는 등 조언자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직접 작성하는 일은 드물다.

한화증권 리서치의 갑작스러운 튀는 행보의 배경으로 주진형 사장이 지목되고 있다. 주 사장은 올 들어 리서치에 최소 10%의 매도 리포트를 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리서치에서 주로 다루는 코스피200종목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 최근 15년간 20개 종목이 15% 이상 떨어졌다는 점에서 적어도 10%는 매도 의견이 나와야 한다는 내부 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례를 깨고 매도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 김 센터장은 매도 보고서를 늘리면서 해당 기업의 관계자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리서치센터 인력 및 보고서 부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리서치센터 애널수는 2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회사의 입장과 방향을 같이하면서도 능력 있는 애널을 구하는 게 쉽기 때문에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다. 또 주 사장의 마지막 결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화증권 리서치의 새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앞으로 기자 출신의 애널도 뽑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센터장은 "우리 회사의 이권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질적으로 높은 보고서를 내는 데 앞으로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