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체험처 제공 서울·경기는 30곳 농산어촌은 5곳도 안돼”
2015-10-02 10:59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자유학기제 체험처 제공에서 도농간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연합)이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811개 중학교(전체 중학교 25%) 중에서 시․도별로 무작위 선정한 151개 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경우 학생들이 방문한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30곳 이상 되는 학교가 29개 학교중 19개나 됐지만 강원도는 조사대상 학교 중 교육청으로부터 단 한 곳도 장소 섭외 협조를 받지 못했고 경북도 105곳 중 4곳 정도만이 교육청의 섭외 협조를 받아 진로체험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에서는 393곳 중 91곳을 교육청이 섭외를 진행했고 부산도 68곳 중 27곳, 전남도 99곳 중에서 41곳을 교육청에서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로체험활동이 경기를 제외한 도단위 지역의 경우 26.4%의 학교가 5곳 이하로 진로체험학교를 다녀온 것으로 조사된 반면, 서울 및 경기를 포함한 대도시 지역의 경우 15.2%에 그쳤다.
서울은 조사 대상 29개 학교중 2개 학교만이 5곳 이하로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왔고, 부산은 조사대상 7개 학교 중 한 곳도 없었다.
한 학기동안 진로체험을 실시한 날짜 수가 5일 이하인 학교수는 69개로 45.7%였고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장소가 5개 이하인 학교는 31개교(20.5%)에 달했다.
체험일이 10일 이하는 125개교로 82.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체험장소 역시 15곳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적은 곳은 서울, 경기 등 대도시가 아닌 도단위 지방이었지만 진로체험날짜가 적은 곳은 도단위 지역보다는 대도시가 더 비율이 높았다.
대도시 지역의 53.2%의 중학교는 5일 이하로 진로체험활동을 실시하면서 학생수가 많고 수업공백의 부담 때문에 여러 진로체험장소를 갈라져 동시에 방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로체험활동 장소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섭외한 곳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2014년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전국 151개 중학교에서 방문한 진로체험 장소는 모두 2699곳이었고 그중 1908곳(73.1%)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섭외를 했고 교육청이 진로체험장소 섭외에 나선 경우는 352곳으로 13.5%에 그쳤다.
지자체가 장소섭외에 나서준 경우는 198곳에 그쳐 7.6%에 그쳤고 체험처에서 먼저 요청을 해와 진로체험을 한 경우는 5.8%밖에 되지 않아 지자체와 체험처의 적극적인 태도와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B중학교(대상학생 102명)의 경우는 외부로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경우는 두 차례밖에 없었고 진로‧직업과 관련성도 적어보이는 곳으로 다녀왔으며 두 차례는 교내 활동으로 한글바로알기체험을 진로체험활동으로 진행했다.
경북 C중학교(대상학생 247명)의 경우 한 학기동안 진행한 진로체험활동이라고는 스키캠프에 참여한 것과 프로배구경기를 관람한 것이 전부였다.
충북 D중학교(대상학생 63명)는 외부로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것은 테마파크 1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교내에서 진로캠프나 진로특강을 3차례 진행한 것이 전부였다.
B, C, D 중학교의 경우 모든 진로체험활동은 학교에서 자체로 추진했고 지자체나 교육청의 협조는 없었다.
전라북도 E중학교(대상학생 17명)의 경우 6차례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왔지만 대부분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수학여행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채워졌고 아시안게임 관람이나 스키캠프, 남해바다체험 등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활동으로 적은 학생 수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상당부분을 여행에 사용했다.
이처럼 부실한 진로체험활동을 통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지방이 다수로 풍부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도시 지역에 비해 지방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교별‧지역별로 나타나는 심각한 격차가 드러났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42개교에서 2014년 811교(25%), 올해는 전체 중학교의 80%에 해당하는 2,551개교로 급속히 확대됐으며, 이들 학교에는 수천만원씩의 교육부 특별교부금이 지원됐다.
2014년에는 자유학기제를 신청한 학교 중 대구에서 3개교가 탈락한 것을 빼고는 모두 자유학기제 운영학교로 선정돼 2015년에도 서울에서 2개교가 탈락된 것 외에는 모두 선정됐다.
교육부 조사결과 학생들은 자유학기제를 2학년에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학부모 및 교원들이 1학년에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를 원하고 있어 2015년의 경우 96.7%가 1학년에 실시하고 2학년에 실시하는 학교는 3.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1학년 89.2%, 2학년 10.8%였던 점에 비하면 1학년(2학기)로 편중되고 있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정작 2학년에 실시하길 원하지만 점차 서열화 되어가는 고등학교 진학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유 의원실은 지적했다.
유은혜 의원은 “도 단위 지방에 소재한 상당수 학교에서 자유학기제의 핵심 영역인 진로체험활동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또다른 교육격차의 양상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며 “학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 및 교육청, 주요 체험처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방 소재 중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자유학기제의 경우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학교교육에 인식변화와 협력체제 구축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만큼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자유학기제의 필요성을 유발시킨 서열화된 고등학교 진학 경쟁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시키지 못한 채 자유학기제를 추진할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