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수장 취임 5년, 구본준 리더십 통했나?
2015-09-30 15:40
아주경제 채명석·윤태구 기자 =1일이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취임한 지 만 5년이 된다. 구 부회장은 5년 전인 지난 2010년 10월1일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며 LG전자 수장에 취임했다. 구 부회장 취임 당시 LG전자는 사실상 창사 이래 최대위기였다.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이로 새롭게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재계의 시선도 엇갈렸다.
앞서 구 부회장은 LG그룹의 전자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현대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매각된 LG반도체에 대표이사에 이어 1999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이동해 회사를 3년여 만에 액정화면(LCD) 시장 세계 1위로 올려 놓을만큼 능력을 발휘했다.
3년 여의 와신상담 끝에 구 부회장은 결국 LG전자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당시 LG전자는 2000년 중반 때와 비슷한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구 회장은 이런 LG전자를 동생에게 맡겼다.
세계 1위 LCD 회사로 키워낸 경험을 살려보라는 의도였다.
취임 이후 구 부회장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그룹의 체질개선과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길러내는 것에 힘썼다.
또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2010년 2조7000억원 수준이던 연간 R&D 투자액은 지난해 3조6600억원까지 늘어났다. 4년간 약 37%가 증액된 것이다. 매출액에서 R&D 투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4.6%, 2011년 5.1%, 2012년 5.8%, 2013년 6.2%, 2014년 6.2%로 꾸준히 상승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했다.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대표적이다. 올레드 TV는 초기 낮은 디스플레이 패널 수율로 인한 비싼 가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중국, 일본 업체 등의 가세로 올레드 TV 시장이 본격적 개화 조짐을 보이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도 나섰다.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 부문을 신설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금까지 소비자 거래(B2C) 중심이었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 간 거래(B2B) 부문과 신사업 발굴 전개를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도 신설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우 그는 직접 임원진들과 함께 거래처를 누비고 세세한 현황까지 챙기고 있다
◆과거로 회귀?
지난 5년간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LG전자는 과거 안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워낙 안좋은 상황에서 LG전자로 오다보니 수치만 놓고 보면 분명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LG전자는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1764억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4년 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59조, 영업이익이 1조8286억원을 달성했다. 물론 이는 구 부회장 취임 바로 직전해인
2009년의 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수치이지만 나름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까지 매출 28조, 영업이익 약 5500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하반기가 상반기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한다고 볼 때 지난 해 실적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1년도 채 못가 고꾸라지는 것이 타격이 크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못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구 부회장으로서는 지금이 비로소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취임 당시보다 오히려 더 힘든 지금의 고비를 잘 넘기면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놓은 LG전자의 미래를 함께할 수 있다. 실제로 5년 동안 구 부회장이 주도했던 신사업들은 서서히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비로소 지난 5년간 구 부회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라면서 "성장 정체에 국면한 LG전자의 불투명한 미래에 확실한 드라이브를 걸 구 부회장의 리더십이 비로소 시험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