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세상보기] 중국식 정치 체제가 정말 좋을까?
2015-10-01 13:35
서열 3~7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서 서기,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가 모두 연령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7년 기준으로 68세를 넘기게 된다.
19차 당 대회(당 대회는 5년에 한 번씩 개최)에서 5세대 2기 지도부가 구성돼 시진핑 지도부 10년 임기 가운데 후반부를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시진핑이 이미 지도부 교체를 의식하고 있다고 전한다. 비는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기를 바란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목되는 건 그 때까지 미국 등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도부 물갈이를 앞둔 만큼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가 가열되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시진핑 방미를 앞두고 “중국은 미국의 피를 빨고 있다”며 “시 주석에게 국빈 만찬을 베풀 필요 없다. 나라면 햄버거나 줄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낼 정도였다.
트럼프 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중국이 지난 8월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을 두고 글로벌 화폐전쟁의 신호탄이라고 몰아붙인다. 중국 수출을 늘리고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 위한 시도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 학자가 중국식 '정치적 능력주의'와 미국식 '선거 민주주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를 논한 신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정치 체제가 미국 대통령제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중국 정부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통하는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국정연구원 원장이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웅변술과 뛰어난 선거자금 모금 능력의 결과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이에 비해 시진핑의 경우 당 중앙과 지방 4개 성(省)에서 엄청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벨 교수는 특히 중국 체제의 경우 차기 선거를 의식해 단기적인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사회적 긴장을 조성할 필요도 없다.
그는 중국식 모델이 이상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짚었다. 시진핑처럼 태자당(太子黨·당 고위간부 자제)이어서 권력 엘리트 대열에 들어섰거나 줄을 잘 서서 발탁된 사례가 그것이다. 돈을 주고 승진하거나 시험 부정이 자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모델이 서구식 민주화보다는 낫다는 주장이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 정치 시스템의 허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국정이 단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그렇지만 선거를 통하지 않은 중국식 당 내부 인재 발탁 시스템은 그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견제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승을 부리는 부패와 이에 따른 엄청난 빈부 격차는 체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나 사법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다보니 자체 사정기능만으로는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도 간과했다.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는 최근 기율위 내부 부패를 막기위해 자체 감찰기구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깨끗해지기가 그 만큼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사실 중국식 능력주의는 싱가포르 모델을 많이 참고했다. 그런데 싱가포르 내에서도 능력주의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즉 지배 엘리트 계층이 영속화되는 '정체 상태의 능력주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집권 인민행동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최소한 선거를 통해 지배 엘리트 중 일부를 걸러내는 기능은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통제사회의 가장 큰 맹점은 시민의식이 싹틀 소지가 자리잡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이 당이 결심하면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데는 익숙하지만 스스로 판단에 따라 성숙한 행동을 하는 데는 서툰 것은 중국의 미래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이다.
(아주경제 글로벌뉴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