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특화 콘텐츠로 미디어 산업의 막힌 모세혈관 뚫겠다"
2015-09-29 13:28
특히나 디바이스의 진화로 꼭 그 시간대에 그 프로그램을 소비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케이블 채널들이 지상파 TV를 위협할 정도다. 무엇보다 유료방송 시장의 밸류 체인에서 프로그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프로그램공급자(PP, program provider)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 가고자 한다.
콘텐츠는 미디어의 원천이나 콘텐츠 경쟁력은 단기적으로 갖추기는 힘들다. 게다가 소비자의 방송 시청 행태가 급격히 변하면서 개인화 흐름에 따라 기존 가구에서의 TV 시청뿐 아니라, 모바일 시청 등 개인 단위의 시청 서비스까지 포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29일 서울 서초동 현대미디어 사옥에서 만난 김성일 대표는 "미디어 산업은 점차 압축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주문형비디오(VOD)라는 상품을 기반으로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은 더욱 개별화된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내 미디어 산업의 콘텐츠 제공 분야를 총괄하는 현대미디어는 2009년 중화권 드라마 전문채널 '칭(CHING)'으로 출발했다.
이어 아웃도어 및 여행전문 채널 '오앤티(ONT)', 여성 오락채널 '트렌디(TRENDY)', 건강의학 정보채널 '헬스메디tv', 드라마 채널 '드라마H(DramaH)' 등 색깔 뚜렷한 특화 채널을 론칭, 특정 타깃에 맞는 건전한 콘텐츠로 총 5개 채널을 채웠다.
김 대표는 "지상파 등이 매스를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면 우리는 니즈를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며 "드라마부터 여성, 오락, 아웃도어, 건강까지 다양한 장르의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를 TV와 인터넷,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에 대한 공동제작을 장려하는 만큼 현대미디어는 중화권 드라마채널 CHING을 통해 중국과의 공동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안을 검토, 추진할 계획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만큼 잠재력이 있다"며 "중국드라마는 무협지부터 이어진 마니아층이 꽤 두껍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CHING에서는 95부작 대하사극 ‘삼국지’를 비롯해 삼국지를 쉽게 풀어주는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 여성 취향의 중국 드라마 76부작 ‘옹정황제의 여인들’ 등을 방영 중이며 최근에는 45부작 중국 드라마 ‘풍운의 대가문(원제:대청보전) 등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다만 아직은 포청천, 삼국지 등 인기작은 일부에 그친다"며 "문화는 교류가 전제다. 다른 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를 중국으로 가져간다면 우리는 중국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및 여행채널인 ONT의 경우 BBC명품 다큐, 레드불제작 스포츠 영상 등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콘텐츠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ONT 익스트림’의 경우 전 세계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는 레드불에서 제작한 141편의 스포츠 전문 콘텐츠 시리즈다. 서핑, 스키·보드, 베이스점프, 패러글라이딩 등 각 분야 세계 챔피언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고화질의 영상으로 담았다.
세계적인 등반가 '허버트 랑게트너',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 클라이머 ‘데이비드 라마’ 등의 등반 과정을 담은 산악다큐멘터리 영화도 선보이고 있다.
그는 "ONT의 경우 기존의 익스트림 콘텐츠와 다르게 일인 창작과 같이 소수 인원이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해 날것의 느낌을 담으려 한다"며 "특히 전문가들이 직접 내래이션과 방송을 진행해 익스트림 스포츠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디어는 방송 콘텐츠 유통 사업에서 벗어나 새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드라마H를 통해 자체 드라마 ‘유일랍미(唯一拉美 You'll love me)’도 제작 중이다. 현대미디어에서 처음으로 제작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오는 10월 말 드라마H와 트렌디에서 첫 방송될 예정이다. 배우 이태임, 오창석, 이민영 등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편당 약 2억원, 총 32억원을 제작비를 투입한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볼 수도 있으나 콘텐츠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드라마 제작을 추진했다"며 "‘유일랍미’를 시작으로 매년 1~2개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외에도 초고화질(UHD) 콘텐츠 또한 꾸준히 제작할 예정이다. 수익보다는 제작 스킬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목표"라며 "UHD화질의 프로그램 제작에 앞장서 시청자에게 초고화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현대미디어는 헬스메디tv를 통해 의료나 건강용품, 휘트니스, 육아 등을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트렌디를 통해서는 패션쇼와 패션계 이슈 등 트렌드를 소개한다.
또 온라인·모바일 방송 콘텐츠 시청 수요가 늘어나면서 계열 채널 동영상 클립 서비스를 다양한 SNS 채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의 기본은 구성과 소재의 차별화를 통해 바이럴마케팅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모바일 콘텐츠는 연작성이 중요하다.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채널별로 클립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를 보호하는 것이 콘텐츠 육성의 빠른 길
김 대표는 PP산업 발전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그는 '헐값 콘텐츠'로 고전하고 있는 유료 방송업계를 위해 정부가 발벗고 '불법 다운로드 근절'에 나서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대표는 "유료방송은 공짜가 아니다. 정부가 현재 유료방송 생태계를 살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불법 유통구조를 없애는 것"이라며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을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나마 VOD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있어 희망적이다"며 "방송뿐 아니라 음반, 영화 등의 콘텐츠의 불법적인 유통이 있는 한 정상적인 거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