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손잡으면 스캔들 터지는 GM·도요타·폭스바겐
2015-09-28 14:5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포스코로서는 난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 도요타에 이어, 최근 독일 폭스바겐이 자국업체 위주로 꾸려왔던 자동차 강판의 신규 공급선을 한국의 포스코로 확대하자마자 회사의 존립을 좌우하는 대규모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미국 제네럴 모터스(GM)도 포스코로부터 자동차 강판을 공급받겠다고 발표한 뒤 연이은 리콜이 시작됐다.
‘세계 1위의 저주’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동안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업 규모의 성장에 맞춰 조직의 관리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폭스바겐 본사 공장에 자동차 강판 공급설이 꾸준히 제기되더니 지난달 폭스바겐그룹이 전략적 차원의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겠다고 발표한 44개 공급업체 명단에 포스코를 포함시켰다.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프로젝트(FAST)’사업의 자동차용 강판 공급사로 포스코를 선정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 자동차 504만대를 팔아 도요타를 2만대 차이로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 기업에 올라섰다.
하지만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포스코의 폭스바겐 마케팅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09년 철옹성이었던 도요타 일본 공장에 자동차 강판 직접 공급에 성공했다. 전 세계 철강업체 가운데 도요타 본사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한 업체로는 현재까지 포스코가 유일하다. 당시 일본 철강업체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으며, 글로벌 철강업체들도 이를 ‘사건’이라고 부를 정도의 파격이었다. 포스코도 도요타 본사 공급을 계기로 회사의 미래를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대신 도요타를 택했을 정도였다.
한 해 전인 2008년, 도요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GM을 제치고 자동차 시장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도요타도 포스코 자동차 강판 구매 결정 직후 가속페달의 결함 때문에 사상초유의 대량리콜에 직면했다. 도요타는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인 벌금 12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냈고, 도요타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사과했다. 리콜 사태 발생후 포스코는 도요타 벤치마크 활동을 조용히 중단했다.
지금은 거래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포스코는 지난 20년 전 GM 본사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린 적이 있다.
1995년 당시, 포스코는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었던 GM에 자동차용 강판의 시험재를 공급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강판 거래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한국GM과의 거래는 회사의 전신인 새한자동차와의 첫 거래해인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GM과 직거래 역사는 1995년을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 당시 GM에 자동차 강판 공급에 성공한 외국 업체로는 일본 가와사키제철(현 JFE스틸)이 유일했기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거래도 GM의 리콜 사태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해 GM은 차량 성능을 개선할 목적으로 에어컨 가동 중에 배출가스 통제장치 작동을 멈추는 장치를 부착한 사실이 적발돼 약 50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이처럼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포스코와의 새로운 제휴를 시작할 때마다 ‘세계 1위의 저주’를 겪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도요타와 GM의 경우 포스코와 손을 잡은 직후 그동안 숨겨왔던 비리가 드러났고, 이후 이를 바로잡으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다시 말하면 두 기업에게 있어 포스코와의 제휴는 당장은 위기를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폭스바겐도 두 회사 처럼 회사가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