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의 추심(秌心) 위로하는 불상의 미소

2015-09-25 00:06
국립중앙박물관 고대불교조각대전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풍화되지 않는 불심 응고시킨 육신/ 아는 듯 모르고 모르는 듯 아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세상사/ 말없이 미소짓는 천년고찰 돌부처' 

목필균 시인의 시 '돌부처의 미소'의 한 구절이다. 시 구절처럼 말없이 미소 짓는 얼굴로 수천 년 간 아시아 불자들의 위로가 됐던 고대 불상 걸작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고대불교조각대전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를 개최한다. [사진=조가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대불교조각대전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를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990년 '삼국시대 불교조각'전과 2008년 '영원한 생명의 울림, 통일신라 조각'전을 통해 한국 고대 불교조각을 총망라해 전시한 바 있다. 이번 특별전은 더 넓은 관점에서 한국 불교조각의 전통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자리다.

이번 전시엔 한국, 인도, 중국, 일본, 베트남의 불상 명품 210점이 출품됐다. 인도에서 불상이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 제작이 정점에 이른 700년경까지의 흐름을 담았다.

박물관 측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8개국 26개 기관과의 장기간 협의 끝에 아시아문화를 상징하고 동시에 아시아 각지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불교 조각들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립상 성격의 불상과 보살상이 중심이 됐다.

전시는 인도, 중국, 한국·일본, 반가사유상의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2~3세기의 '육계에 홈이 있는 부처'. 인도 간다라의 중심지인 페샤와르 지역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진=조가연 기자]


1부 '인도의 불상-오랜 역사의 시작'은 인도에서 불상을 처음 제작한 목적과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본래 부처의 유골인 사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불상을 제작하지 않았다. 인도의 첫 불상은 기원후 1세기 무렵 간다라와 마투라 두 지역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됐다.

인도 서북 지역으로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와 내륙에 자리 잡은 마투라의 불상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의복이 불상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불상-시작부터 수대까지'란 주제의 2부는 304년부터 수나라가 있던 618년까지의 중국 불상을 대상으로 한다.

후한(25년~220년) 대에 불교와 함께 불상이 중국에 전해졌지만 초기에는 종교적 성격이 아니라 관 근처에 함께 매장하는 고분 미술의 형식으로 존재했다.

이후 각 지역 문화에 맞게 양식을 변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에서도 지역별, 왕조별로 특색있는 불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부에선 베트남 지역에서 발견된 불상도 함께 전시돼 중국 불상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3부에선 한국 불상 중 삼국시대의 불상에 주목한다.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한국은 마치 요리를 배우는 것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불상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불교 원류인 인도 불상의 모습을 모방했으나 6세기부터 점차 한국적인 모습으로 변화해나갔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중국 불상과 한국 불상을 함께 관람하며 유사한 부분과 삼국 시대 사람들이 취사선택한 부분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도록 작품을 배치했다.

마지막 4부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도상이자 가장 주목할만한 성취를 이뤘던 반가사유상에 대해 탐구하는 공간이다.

반가사유상은 사유하는 인물을 묘사하던 인도의 전통에서 출발했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두루 제작됐지만 한국의 반가사유상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다.

이번 전시에는 추정 높이 3m에 달하는 석조반가사유상도 전시됐다. 이 작품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원소장처인 경북대학교박물관을 떠나 선보이는 것이다.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금동 불상인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도 2004년 이후 11년 만에 나란히 전시됐다. 동에서 서로 해가 뜨고 지는 듯한 조명 연출을 통해 반가사유상의 표정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6세기 후반의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또 다른 반가사유상인 국보 83호상과 함께 삼국시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양 학예연구사는 "세계문명 4개 발상지 중 2곳이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며 "서에서 동까지 넓은 지역을 불교라는 문화적 고리를 통해 조명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 기간 중에는 자원봉사자의 전시 해설을 주중 1일 4회(오전 10, 11시, 오후 3, 4시), 주말 1일 2회(오전 11시, 오후 4시) 들을 수 있고 매주 수요일 야간개장일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오는 30일과 내달 7일에는 일반인 대상의 특별강좌가, 내달 30일에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와 함께하는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02-2077-9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