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연이은 '진보적 발언' 미국 정치권 촉각...대선 레이스에도 영향
2015-09-24 07:41
이민, 기후변화 등 민감 이슈 직접 언급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로마 카톨릭 교황은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황은 방미 이틀째인 이날 오전 백악관을 찾아 남쪽 마당에서 환영객 1만5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푼 환영행사의 답사를 했다.
영어로 한 답사에서 교황은 기후변화와 이민, 종교자유 등 미국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CNN 방송과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먼저 미국에서 정치, 사회, 경제적 갈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민문제를 거론했다. 교황은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미국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후 성 매튜성당 기도에서도 이민자 가정을 언급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자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구상을 제안한 사실이 고무적"이라며 "그것이 긴급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기후변화는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교황은 "미국의 가톨릭 역시 그들의 깊은 관심사와 종교 자유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 공정하고 현명하게 정돈된 사회를 만드는 노력에 힘쓰고 있다"면서 "그 자유는 미국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교황이 이처럼 ‘진보적 발언'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공화당은 역풍을 우려해 대놓고 반대나 비판은 못 하지만 대선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교황과 이념적, 정책적 코드가 맞는 민주당은 현재 교황의 행보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환영행사를 마친 교황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데 이어 워싱턴D.C. 내 백악관 주변에서 퍼레이드를 벌였다. 교황은 퍼레이드 도중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어린이들의 이마와 뺨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