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 더 그린] 솔하임컵에서 눈물 보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앨리슨 리
2015-09-21 11:13
재미교포 앨리슨 리, 46cm거리 컨시드준 것으로 알았다가 패배…‘눈물의 힘’ 받은 미국팀, 최종일 대역전승
논란이 된 앨리슨 리의 버디 퍼트. 홀에서 46cm 정도 떨어져 있어 그는 컨시드를 준 것으로 알고 볼을 집어올렸다가 홀패를 당했다. [사진=LET 홈페이지]
2년마다 열리는 솔하임컵(미국-유럽 여자프로골프대항전)은 남자골프의 라이더컵(미국-유럽 남자프로골프대항전)에 비견된다. 매치플레이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양 팀 선수들은 대륙의 명예를 걸고 혼신을 다해 싸운다. 그 때문인지 가끔 승부욕이 앞서 논란이 되곤 한다.
2000년 스코틀랜드 로크 로몬드GC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유럽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13번홀에서 칩샷을 한 것이 홀로 들어갔다. 버디였다. 그러자 미국팀의 팻 허스트가 “다시 쳐라”고 소렌스탐에게 말했다. 자신의 볼이 소렌스탐의 볼보다 홀에서 더 먼데도 소렌스탐이 먼저 샷을 했다는 것이다.
매치플레이에서 순서를 어겨 샷을 했을 경우 상대방이 “그 샷을 취소하고 제 순서에 다시 쳐라”고 하면 다시 쳐야 한다<규칙 10-1>. 소렌스탐은 할 수 없이 그 스트로크를 취소한 후 허스트가 샷을 한 다음에 다시 칩샷을 했다. 파였다. 소렌스탐은 나중에 “아무리 규칙이 그렇더라도 이건 스포츠맨십이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유럽이 미국팀을 14.5-11.5로 이겼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솔하임컵은 18∼20일(현지시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상트 리온 로트GC에서 열렸다.
미국팀은 둘째날까지 6-1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최종일 12개 싱글 매치에서 8승1무3패를 기록하며 결국 14.5-13.5의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미국팀은 최근 두 차례 패한 아픔을 씻었고, 역대 전적에서도 9승5패로 우위를 유지했다.
올해 미국팀에는 교포들인 미셸 위(나이키)와 미국LPGA투어 신인 앨리슨 리가 포함됐다. 앨리슨 리가 바로 눈물의 주인공이었다.
앨리슨 리는 20일 오전 열린 포볼(팀원 두 명이 각자 볼로 플레이해 좋은 성적을 팀의 그 홀 스코어로 삼는 방식) 경기에 브리타니 린시컴과 짝을 이뤄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찰리 헐(잉글랜드) 조와 맞붙었다.
두 팀은 16번홀까지 올 스퀘어(무승부)로 맞섰다. 17번홀(파4)에서 앨리슨 리의 약 3m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 홀에서 18인치(약 46cm) 지점에 멈추면서 논란의 발단이 됐다. 페테르센-헐 조는 이에 앞서 이 홀을 파로 끝낸 상황이었다.
헐과 유럽팀 캐디 두 명이 그린을 벗어나 걸어가고 있어서 앨리슨 리는 당연히 컨시드(상대가 짧은 거리를 남겼을 때 다음 스크로크로 홀아웃한 것을 인정해 다음 스트로크를 면제해주는 일)를 받아 파로 홀아웃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는 퍼터로 볼을 집어올렸다. 중계방송사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홀에서 두 팀 모두 파를 기록한 것으로 여길 만했다.
그러나 페테르센이 경기위원에게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위원은 페테르센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대가 컨시드를 주지 않았는데도 앨리슨 리가 볼을 마크하지 않고 무단히 집어올렸기 때문에 벌타를 받아야 하며, 자연히 이 홀에서 유럽팀이 이겼다’는 내용이었다. 페테르센-헐 조는 18번홀까지 이겨 2홀차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앨리슨 리는 눈물을 흘렸고, 미국팀 관계자들은 앨리슨 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랬다.
규칙 재정 2-4/3에는 ‘컨시드 의사 표시가 불분명한데도 볼을 집어올렸을 경우 형평의 이념에 따라 플레이어는 볼이 있었던 곳에 되도록 가까운 곳에 벌없이 리플레이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크하지 않고 볼을 집어올린 것에 대한 1벌타를 받게 되며 리플레이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돼있다.
앨리슨 리는 솔하임컵에 처음 출전했다. 그가 상대의 컨시드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점이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페테르센은 이 상황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는 그 파 퍼트가 들어가는지 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이기려고 노력했을 뿐이고 상대인 미국팀과 골프 경기 자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장면이 미국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해 오후에 이어진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대역전극의 시동을 걸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팀 단장인 줄리 잉크스터는 “우리 선수들의 승리욕이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선수들은 더욱 불타오르게 됐다”고 이 해프닝이 역전드라마의 시발점이 됐다고 시인했다. 싱글 매치에서 글래디스 노세라(프랑스)를 꺾은 앨리슨 리도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 오후 경기를 압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솔하임컵에서 눈물을 흘린 선수가 속한 팀은 그 해 승리했다.
논란이 된 포볼 경기에 앞서 포섬 경기에서 퍼트라인을 살피는 앨리슨 리. [사진=LET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