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본사 누른 한국지사
2015-09-22 00: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체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본사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업체의 한국 공세가 거세지면서 일부 브랜드에서 이례적으로 본사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패션시장은 더이상 브랜드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테스트 베드'가 아니라 다른 국가의 수요까지 끌어들여 매출을 극대화하는 '브리지 베드'로 부상했다. 한국 소비자가 민감한 소비 트렌드를 갖고 있고,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선호하기 때문에 '검증된 시장'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2010년 한국에서 최초로 론칭한 쌤소나이트 레드는 중국으로 진출해 세컨드 브랜드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독자적 라인이라 기존에는 한국 매출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지난해부터 중국과 홍콩 내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중화권 시장 인기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2% 성장했고, 순매출 5790만 달러(한화 약 655억원)를 달성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의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2008년 미국 뉴발란스 본사와 한국·중국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한 이랜드는 한국과 중국에서 지난해 8500억원, 올 상반기 485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업체가 운영하는 글로벌 패션브랜드 중 국내외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곳은 뉴발란스가 처음이다.
여기에 미국 본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중국에 제대로 안착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뉴발란스 키즈 역시 이랜드가 본사에 제안해 시작된 사업이다. 키즈 라인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뉴발란스 본사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영업권을 아예 이랜드에 이양했다.
데상트도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2888억원이었던 데상트의 매출액은 2013년 4977억원, 2014년 5897억원으로 뛰어 3년 만에 104% 증가했다. 최근 국내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요가, 필라테스, 러닝 등이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
한국의 빠른 성장에도 본사인 일본은 오히려 감소세다. 지난해에는 소비 증세 등의 여파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539억엔(한화 약 52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한국 매출이 일본을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글로벌 패션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의 경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해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한 브랜드는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