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한·일 이통시장 “일본 답습은 기우”
2015-09-17 15:48
실제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 이동통신과 통신 결합상품 규제 논쟁에서 여전히 일본의 사례(일본 이동통신 사업자의 3사→4사→3사 체제, NTT도코모 독점 규제 등)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처한 환경 속에서의 소비자의 선택은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일본의 저성장을 뒤따라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이다.
17일 대신증권이 내놓은 일본 통신시장 현장조사(긴자 가전 백화점 Bic Camera 및 기업탐방)에 따르면 일본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한국처럼 100%를 넘어섰고, 점유율은 3사 간에 큰 변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 6월 기준 이동통신 점유율은 NTT도코모 45%, KDDI 29%, 소프트뱅크 26%다. 한국은 지난 7월 기준 SK텔레콤이 45.1%, KT 26.2%, LG유플러스 19.4% 수준(알뜰폰 9.3%)이다.
무엇보다 긴자에 있는 전자상가인 Bic Camera의 휴대폰 매장은 과거 용산 전자상가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공짜 마케팅은 사라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2년 약정, 공짜폰, 데이터 요금제 가입 유도 등 익숙한 풍경을 보였다"면서 "특히 공식적인 조건 외 추가적인 조건 유혹마저도 같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통사의 주가 흐름과 가입자당 매출액(ARPU)마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NTT도모코는 2012년 이후(2012년 영업이익 8370억엔→2015년 예상 영업이익 6800억엔) 이익이 감소추세이며, 소프트뱅트는 2013년 이후(2013년 영업이익 1조850억엔→2014년 9830억엔) 이익이 꺾였다.
그러나 한국은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도입 시점부터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자 선택은 일본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일본의 정체현상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3G와 LTE의 보급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NTT는 50%에 도달하는 시간이 3G(2001년 도입)는 19개 분기가 소요됐지만, LTE(2010년 도입)는 19개 분기가 지나도록 아직 보급률은 48%에 머물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보급률 50%에 도달하는 시간이 3G(2007년 도입)는 12개 분기가 소요됐지만, LTE(2011년 도입)는 10개 분기 만에 50%를 넘어섰다.
일본이 통신 기술 도입 시점은 한국보다 앞섰지만, 소비자들의 변화는 느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즉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속도가 빨라 한국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금액(CAPEX) 차이도 있다.
국내 이통 3사의 LTE 메인 기지국 개수는 각각 10만개 정도이다. 대부분 LTE 상용화가 시작된 후 1년 이내에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고, 이후 주파수 묶음 기술(CA)을 위한 추가 주파수 대역에 대한 기지국도 각각 3~5만개 정도 구축했다.
반면 NTT의 LTE 기지국은 LTE 상용화 5년만인 올해 1분기에 10만개에 불과했다. 한국과 일본의 국토 면적의 차이를 감안하면 투자가 상당히 적은 상황이다.
LTE는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량이 중요하으로, 주파수 대역과 무관하게 기지국이 많은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동전화 해지율이 다르다.
SK텔레콤의 해지율은 2009년 3%대를 정점으로 1%대로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이 기간 일본 통신사인 NTT는 0.5%대에서 1%대 수준으로, 소프트뱅크는 1%에서 1.5%대 안팎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절대적인 해지율 수준 자체는 1~1.5% 수준으로, 3%까지 증가했다가 단통법 도입 이후 1%대 후반으로 낮아진 한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일본의 이러한 현상은 기술진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고, ARPU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경쟁이 강화되면서 해지율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반면 한국은 전반적으로 빠른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습성상 적어도 통신산업에서는 일본과 같은 저성장 우려는 아직은 기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