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혁신안 통과] 1차 고비 넘은 문재인, 상처뿐인 영광…“이제는 재신임 정국”
2015-09-17 00:00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격론 끝에 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안’이 16일 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비주류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중앙위에 불참한 데다, 일부 의원들이 중앙위 도중 퇴장하면서 혁신안은 사실상 누더기로 전락했다.
급기야 조국 혁신위원은 이날 문재인 대표의 ‘백의종군’을 주장하며 친노발(發) 인적 쇄신론에 불을 지폈다. 문 대표의 재신임 국면으로 본격 전환한 것이다. 당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예단할 수 없다. 문 대표가 혁신안 의결로 재신임의 1차 고비를 넘었으나, 실상은 상처뿐인 영광에 그쳤다는 얘기다. 혁신안이 ‘실천’으로 연결될지도, 재신임 투표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함에 따라 당 내홍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文 “혁신안 통과 시작” vs 安 “대표 진퇴로 변질”
문 대표는 혁신안 통과를 기점으로 자신을 비롯한 대선 주자급이 모두 참여하는 ‘희망스크럼’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총·대선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이다. 여기서 안 전 대표 등 비주류 측이 제기한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문 대표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중앙위 개최와 관련해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文, ‘제로섬 게임’ 강행…親文·反文 패자
문제는 호남 민심이다. 현재 당내 갈등의 축은 ‘친노(친노무현) 대 호남’이다. 호남이 문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의사결정을 비토할 경우 당 원심력은 한층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소장 김미현)’가 지난 12∼14일 전국 성인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임의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45%는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에 대해 ‘잘 못 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9%, ‘잘 모르겠다’고 한 비율은 26%였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5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는 부정 평가가 전체 평균을 상회한 52%로 조사됐다. 무당층에서는 긍정평가 23%, 부정평가 38%, 유보 39%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조사에서는 ‘잘 못 한 결정’ 35%, ‘잘한 결정’ 34%, ‘잘 모르겠다’ 31%로 각각 집계됐다. 중앙위 결정 이후 유보적 입장을 보인 이들이 어디로 수렴하느냐가 야권 내홍의 중대 분수령인 셈이다.
또한 재신임 이후 문 대표의 이미지 변화 여부에 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는 ‘더 나빠졌다’고 한 반면,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28%였다. 특히 호남에서는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56%였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43%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문 대표의 잇단 승부수가 ‘비호남 야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졌으나, 정작 야권 민심의 방향타인 호남에서는 자충수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비노(비노무현) 관계자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혁신안 통과와 관련,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정치행위”라고 평가 절하했다.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상수인 천정배(무소속 의원) 신당 등의 공간이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 운명의 시계추는 이제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문 대표도 “혁신안 통과가 재신임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얻었지만, 호남 민심은 잃어버리는 제로섬 게임을 한 것”이라며 “향후 문 대표가 이후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당의 명운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