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화’같은 현실 전쟁블록버스터 ‘서부전선’
2015-09-16 12:21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은 농사를 짓다 끌려온 남한군 장남복(설경구)이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는 임무를 받지만 적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문서까지 모두 잃게 되면서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다. 탱크를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여진구)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홀로 탱크를 끌고 북으로 돌아가려다 남복의 비밀문서를 손에 쥐게 된다.
남복은 영광을 추격하기 시작하고, 총을 가진 자가 ‘갑’이 됐다가 빼앗겨 ‘을’이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휴전협정 직전 3일을 배경으로 하는 ‘서부전선’은 한편의 동화와 같다. 비문을 사이에 두고 남한군과 북한군의 동거가 시작된다는 설정 자체가 동화다.
코믹같은 ‘동화’지만 매우 현실적인 부분이 눈길을 끈다. 누구나 한국전쟁의 의의를 알지 못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병사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누구나 누군가의 남편, 아들, 형제라는 점이다. 남복은 탱크를 몰고 진입한 마을에서 한 여인이 출산하는 과정을 접하고,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이름도 짓지 못한 아이가 생각났다. 이후 영광을 보는 눈이 달라진 남복은 탱크를 끌고 본부로 돌아가 훈장을 받을 생각을 접게 된다. 오히려 영광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북한군 탱크 T-34는 볼거리 중 하나다. 개당 제작비 1억 5000만원이 들어간 T-34는 영화 전개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군의 무스탕기의 폭격 장면 역시 실감난다.
다만 연출에 있어 아쉬움은 크다. 짧고 굵지 못한 늘어지는 시퀀스부터, 불필요한 신(scene)이 몰입도를 방해한다. 제작사 대표이자 작가 출신인 천성일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도 있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이다. 12세이상관람가로 오는 24일 개봉해 추석 연휴를 노린다.